“이대로 세상이 멈췄으면 좋겠어”
한눈에 반해 운명이라 믿고 우연히 마주친 여자에게 위로가 되고 휴식을 주고 싶었던 이삿짐센터 직원 딘(라이언 고슬링)은 신디와 결혼합니다. 아슬아슬한 부모님들의 결혼 생활을 옆에서 고스란히 바라보며 자란 신디(미셀 윌리엄스)는 영원하고 완벽한 사랑을 꿈꿉니다. 스쳐 지나며 만난 딘의 다정함과 솔직함에 끌립니다. 딘의 조건 없는 사랑은 신디와 가족이 되기로 합니다.
사랑의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두 사람의 사랑은 서로 솔직하고 아름답게 시작됐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을 겪으며 지쳐갑니다. 병원 근무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받아도 처참한 현실을 깨닫고 선뜻 응할 수 없는 신디,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가 있지만 현실적 문제를 앞에 두고 사랑만으로 살 수 없는 신디는 답답해합니다.
신디와 딘, 두 사람의 사랑의 시작은 각각 무엇이었을까요? 신디가 느낀 위로였을까, 딘의 연민이었을까? 영화에서 결혼에 대한 생각의 차이는 딘의 말로 확인이 됩니다.
제 생각엔 남자가 여자보다 로맨틱한 것 같아요.
남자는 결혼할 땐 한 여자에게 모든 걸 걸잖아요.
이렇게 생각하면서요,
이 여자 놓치면 바보다.
그런데 여자는 조건 좋은 남자를 고르는 것 같아요.
직업 반듯하면 결혼하는 거죠.
백마 탄 왕자 찾다가 직업 괜찮고 충실한 남자면 결혼하잖아요.
불안정한 결혼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던 신디의 부모들이 꼼꼼히도 확인하는 절차를 보며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하는 신디. 딘이 신디의 부모님을 만나 받은 질문들, 세상 어디도 자식의 결혼을 대하는 부모의 자세는 자신들의 결혼 생활 상태와 상관없이 한결같다는 걸 보게 됩니다.
결혼 서약 앞에 무너지는 현실과 일상
달달하기만 한 연애와 사랑, 세상 모든 불행에서 자신들은 피해 갈 것 같고 어떤 시련이 와도 함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던 사랑의 마지막 지점으로 선택한 결혼. 하지만 어느 순간 지칩니다. 영화의 연출, 편집이 결혼 전과 후를 교차시켜 생생한 감정의 차이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좋은 모습 그대로이길 바라지만 정확히 그 모습 그대로에 실망하고 점점 무관심해지고 권태로워지는 결혼 생활의 현실, 찬란하던 사랑의 빛이 점점 빛을 잃어가는 과정을 함께 느끼며 슬프고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결혼 서약의 의미는 무엇일까?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함께 하겠다고 말했잖아
만만치 않은 세상에 전혀 예측할 수 없고 어려움과 기쁨이 공존하는 인생의 가운데 함께 갈 동반자가 될 약속을 하는 것이지만, 살면서 로망은 점점 흐릿해지고 서로에 대한 기대와 설렘 대신 주어진 의무에 충실하게 됩니다. 때론 돌이킬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실망은 가속화하고 상상도 못 한 최악의 상황을 마주해야 할 때가 찾아옵니다. 실망의 누적은 점점 권태로워지고 더 이상 대화조차 되지 않는 최악의 결혼 상태에 다다르지만 누구의 책임인지 누구의 잘못으로 시작됐는지도 알 수 없는 혼돈의 시간이 반복됩니다. 그래도 아내와 엄마, 남편과 아빠의 역할은 사라지지 않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일상은 계속됩니다.
헤어지자는 하지 않아야 할 말을 듣고 홧김에 결혼반지를 빼서 던졌지만 정신이 번쩍 들어 수풀 사이사이를 같이 뒤지며 반지를 찾아 헤매는 딘과 신디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음이 납니다. 그렇지, 저게 현실이지...
뭔가 결혼 생활에 갈등이 생길 때 후련하게 해보고 싶었던 행동들이 결혼과 가족의 존재를 달라지게 하거나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서로 지치고 실망한 와중에도 잠시라도 현실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확인시켜주고 싶어 애쓰고 노력하는 마음이 드러납니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도 하지만 고민 끝에 결정하고 받아들이며 함께한다는 사실, 그것이 결국 인생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내일도 마찬가지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일상은 반복됩니다. 보이지 않는 서로의 희생과 함께 만들어낸 시간들이 서로의 모습 그대로를 보며 사랑하고 실망하고 안타까워하고 좌절하고... 이 모든 것들이 끈끈한 반복을 만들어냅니다. 처음 그 찬란하던 순간처럼 이 세상이 그대로 멈출 수 있다면, 자신이 바라던 사랑을 얻은 신디의 사랑은 그녀의 현실 속에서 어떻게 빛나고 있을까요? 무조건적인 딘의 순수한 사랑은 또 어떤 빛을 띠며 빛나고 있게 될까요? 그들의 마지막 발렌타인은 무슨 색으로 물들게 될까 궁금해집니다.
'[영화 또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브웨이 하이재킹 : 펠햄123 (0) | 2023.07.14 |
---|---|
상상 속 제제를 만나게 된,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0) | 2023.07.08 |
바람을 길들인 풍차 소년 (0) | 2023.06.09 |
스파이 게임 SPY GAME 2002 (0) | 2023.05.26 |
자신의 다른 버전 후?, 세컨드 액트 Second Act (1) | 2023.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