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多]

[짧은 생각] 사는 게 '희로애락'이라고 하지만,

나두매일 2023. 8. 1.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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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뭐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닌데 자꾸 성가신 감정이 올라옵니다. 흐렸다가 맑았다가 잔잔한 바람이 불었다가, 급작스레 태풍이 몰아치기도 합니다. 쓰레기들이 휩쓸러 날아간 뒤라야 드디어 고요함이 찾아옵니다.

 

 

화를 내 본 적이 없다고 하면 언뜻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해를 못 하겠지만 저는 화를 내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사람입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제 나름의 불행일 수도..?  어쩌면 다행일 수도.

 

 

 

 

화를 내지 못해서 화가 나진 않는다

 

 

살면서 다툼이 왜 없었겠습니까? 순간순간 숱한 다툼의 고리들이 있었고 그 안에서 부대끼는 일이 대부분의 일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개는 상대방에게 다시 설명을 하고 설득을 시키거나 반대로 제가 이해를 하거나, 그도 저도 아니고 끝까지 이해도 할 수 없는 상황이면 '그냥 두고 보는' 정도입니다. 직감적으로 반응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이성적으로 이해가 되어야 이해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전 후자에 속하는 편이고, 더욱이 이해가 안 가는 것들에 대해서 차분차분 설명을 해 주던 아버지 교육 덕에 어릴 때부터 무작정 화를 내거나 떼를 쓰거나 해 보질 못했습니다. 태생적인 것과 교육이 합쳐진 결과인 듯합니다. 어쨌든 모든 상황은 시간이 해결해 주는 면도 있고 어떻게든 흘러가게 되어 있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으니까요. 굳이 크게 재촉을 하거나 급하게 마음먹지 않습니다.

 

 

중학교 때, 사소한 오해로 반친구와 크게 다툰 일이 있었는데 기억에 꽤 심하게 그 친구가 화를 냈던 것 같습니다. 험한 말을 내뱉고 몸을 밀치고. 그런 일이 제게도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화가 나질 않아 싸우질 못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저, 왜 저렇게까지 화를 낼까? 궁금했을 뿐이었습니다. 심지어 화를 내던 그 표정과 행동들이 마치 어떤 상황극이나 코미디의 한 부분처럼 보여 슬며시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웃을 수는 없었습니다.

 

 

 

 

 

타고난 모습이 그렇다면,

 

 

빤히 바라볼 뿐 아무런 반응이 없자 그 친구는 더 크게 화를 냈고 그저 전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마도 그날, 전 제가 화를 내고 감정을 밖으로 쏟아내며 싸우기 힘든 사람이란 걸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친구나 직장동료, 심지어 가족 누구에게도 마찬가지니 이건 그저 천성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라고 마음에 들지 않고 화가 나지 않을까요? 그건 아닙니다. 스스로 자신에 대해 혹은 그 외 화가 나는 일이 생기면 일단 가만히 '생각에 잠기게 된다'는 점이 조금 다를 뿐입니다. 희로애락 중 ‘노’를 잘 배우지 못해서 한 번쯤 시도도 해보지만 참 어렵고 저와 맞지 않는다는 걸 느낍니다. 무엇보다 분노를 하고 화를 내고 그렇게 에너지를 쏟기가... 생각만으로도 너무 지치고 힘이 듭니다. 일부러 몇 번 시도도 해 봤지만 그때마다 무척 어설펐고, 화를 내는 와중에도 ‘이게 뭐 하는 건가?’, ‘속이 후련한가?’ 하는 의문이 계속됐습니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거울 앞에 선 기분, 입고 나가지도 못하고 벗어버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처럼 느껴졌습니다.

 

 

기쁘고 좋은 일, 힘들고 지칠 때, 혹은 화가 나고 분노가 일어날 때 우린 모든 감정의 표현 방식을 달리합니다. 기쁨을 활짝 표현하는 사람도 있고 힘들고 치쳐도 내색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작은 슬픔에도 크게 상심해 세상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몇 날 며칠을 우는 사람도 있고 사소한 실수나 잘못에 곧 절연할 것처럼 화를 내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표현 방식은 각자의 개성에 따라 다릅니다. 자신이 타고난 모습대로 자연스럽게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억제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표현은 그래서 누구나 공감할 수 있습니다.

 

 

 

 


 

어색한 옷을 입고 일정한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그 옷을 입은 모습이 자연스러워지거나 마음에 들게 되지는 않습니다. 결국엔 자신의 타고난 모습을 찾아 그에 맞는 옷을 찾게 됩니다. 실제로 거리에서 만나는 무수한 사람들을 자세히 보면 신기하게도 각자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들만의 모습과 표현인 것입니다. 하여, 사는 게 ‘희로애락’이라고 하지만, 저는 그저 태생이 그러하니 너무 애쓰지 않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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