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多]

[짧은 생각] 출근길 지하철 풍경

나두매일 2023. 7. 2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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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할 때 뭘 하고 계신가요? 우린 왜 매일 출근을 하면서도 뭘 하고 있을까요?

 

 


 

매일 복잡한 지하철을 타고 출근합니다. 적당히 걷고 탄 지하철 시원해서 좋습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출근길이지만 매번 다른 시간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 게임

어제 보다 더 열심히 나무를 심고 땅을 넓혀가기도 하고 시원한 드라이빙으로 속도를 한껏 올려 장애물을 피해 가며 현실로는 힐 수 없는 짜릿한 스릴을 맛봅니다. 물에 빠진 공주를 구하기 위해 과학적인 비율을 계산해 가며 물을 조절합니다. 가끔씩은 초록색 바탕의 고스톱판에 화려한 그림들이 현란하게 등장합니다. 더할 수 없는 집중력으로 어렵사리 한판을 이깁니다.

 

 

 

#. 강의 & 자기 계발

어쩌면 아직 부족한 자신의 능력 때문에 연봉이 작은 게 아닌지 싶어 인터넷 강의를 듣습니다. 이직을 하고 싶지만 자격이 되질 않아 자격증 시험을 준비합니다. 공부를 해도 늘지 않는 영어, 어플을 이용해 퀴즈를 집중해서 풀어봅니다. 가물 기물 한 기억을 더듬어 가며... 학기말 시험을 위해 강의 노트 메모 하나하나를 일일이 확인해 봅니다. 이번에는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데...

 

 

 

#. 유튜브와 SNS

너무 바빠 쉬고 싶지만 잠시라도 콘텐츠의 즐거움을 누려보기 위해 유튜브와 SNS를 둘러봅니다. 인싸들의 세상이지만 새로운 정보도 얻고 오랫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던 친구의 인스타 피드를 구경합니다. 여행을 간 친구의 스트레스 없는 얼굴을 그저 바라봅니다. 생일 알림이 떴던 친구가 선물을 받아 올린 사진을 빠르게 구경하지만 좋아요를 누르지도 메시지를 남기지도 않습니다. 갑자기 피로감이 밀려듭니다.

 

 

 

#. 뉴스탐색

세상이 말세라서 망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도 그래도 여전히 내가 내는 세금이 얼마나 오를지 올해 무더위에 전기요금은 또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큰 걱정을 하면서 뉴스를 찾아봅니다. 황학동 시장에 펼쳐 놓을 물건들을 이리저리 상하지 않게 매만져봅니다. 세상은 매일 여전히 어수선합니다.

 

 

 

#. 졸기

주말을 쉬고 나왔지만 여전히 피곤합니다. 출근을 해야 하지민 아직 잠에서 깨질 못합니다. 매일의 출근이지만 하루도 피곤하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하루쯤은 맑고 행복한 얼굴로 출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치 행복한 일터로 나가는 사람처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하루를 같이 일하고 홀가분하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취미생활

지하철 계단 아래,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어제 새로 배운 사교댄스 스텝을 연습합니다. 같은 길이의 시간만큼 있어야 열차가 도착하기 때문에 새로 배운 동작의 스텝을 적어도 세 번은 연습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주위의 시선도 있어서 어색한 표정으로 시작했지만 이젠 그저 자신의 몸놀림과 스텝에만 집중합니다. 그리곤, 쿨~하게 승차! 잠깐의 댄스 연습이 생활에 어떤 활기를 가져다 줄지 궁급해집니다.

 

 

 

#. 장보기

긴박한 장보기가 한창입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반짝 세일을 기다릴 사이도 없이, 저녁과 내일의 식탁을 위해 빠르게 장비구니를 채워갑니다. 어떤 것은 담았다 빼기를 반복합니다. 사고 싶지만 너무 비싸고 할인을 받지 못해 고민 중입니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그래도 배달음식이 아닌 식탁을 꾸려 보려고 무던히 애를 씁니다. 편식하는 가족을 생각해서, 그래도 조금 더 저렴하고 덤이라도 주는 물건이 있는지, 더위로 지친 가족의 원기 회복에도 신경을 쓰며 재빠르게 반복 스캔합니다. 역시 먹고사는 일은 만만치 않습니다.

 

 

 

 


 

한 시긴 남짓한 출근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매일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기 시작하며 드러난 풍경을 그대로 가만히 바라봅니다. 저 역시 이런저런 메모를 하며 출근하는 길이지만, 여전히 우린 모두 시간과 상관없이 무엇을 끊임없이 하며 보내는 것 같습니다. 살아있다는 표시일까요? 일이던 일이 아니던 그것이 그 무엇이던 항상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 잠시 이번 역엔 숨을 쉬고 갈까요? 휴~~~~~

 

 

 

 

 

 

2023.07.18 - [짧은 생각] '최고'에 염증을 느끼다

 

[짧은 생각] '최고'에 염증을 느끼다

너네 집 몇 평야? 왜 우리 집은 친구들 집보다 작아? 유치원 무렵 아이가 어렸을 때, 동네 친구들과 종일 놀고 들어와서 느닷없이 물어보던 질문에 잠시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던 기억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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