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까 말까 고민을 한다는 건 아직 기회가 있다는 말입니다. 뭔가 선택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럼 고민하지 말고 그냥 좀 해야 해요.
생뚱맞게 겨울도 다 지나고 꽃이 피는 시점에 시작한 스케이트 강습. 얼떨결의 선택이었지만 벌써 3개월 차 수강 중입니다. 엉금엉금 얼음에 서지도 못하던 시작이 벌써 혼자 트랙에 올라서는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주말을 이용한 강습이라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던 기간이었지만 많은 걸 느낀 시간들이었습니다. 단지, 아쉬운 건 얼음 관리를 위한 휴장 기간이 발생해서 다들 어리둥절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다들, 한창 뭔가를 해보려던 참인데...
어느 순간이 되면 결국 다 비슷해지네
얼음에 어떻게 서지? 어떻게 뾰족한 신발을 신고 미끄러운 얼음 위에서 걸을 수가 있지? 심지어 몸의 중심을 옮겨가며 얼음을 탄다는 것! 상상하기 힘들었고 과연 나도 가능할까 의구심 가득한 채 시작했었습니다. 멋모르고(겁도 없이) 시작을 했으니 당연히 넘어지고 미끄러지고... 하지만 횟수를 반복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배우는 어느 시점, 처음에 넘어지거나 나중에 넘어지거나 순서와 횟수만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제 어떻게만 다를 뿐 처음 하는 것에는 누구나 반복해서 실수하고 넘어집니다. 당연합니다. 때문에 결과가 나쁠까 봐 미리 걱정하고 두려워할 이유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누구나 겪는 일이고 다 비슷하게 지나가야 하는 과정이니까요.
기간이 지나고 조금 더 자세가 익숙해져서 몸이 기억하기까지는 누기 기본기에 충실하냐, 자세의 안정성을 갖추느냐의 문제지만 그래도 어느 순간이 되면 결국 다 거기서 거기, 비슷해집니다. 속도는 아주 더 나중 문제입니다. 아마추어는 누구나 프로의 98%를 흉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머지 2%가 달라서 아마추어와 프로가 구분되는 거라는 강사님의 말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작은 숫자 안에 엄청난 차이가 단단히 응집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말로 하면 개인의 피나는 노력이 몽땅 집약되어 만들어내는 완성도의 차이라 생각됩니다.
추가로 하나 더, 처음 크게 한번 넘어진 후 겁을 먹고 정해진 것 외 선뜻 새로운 자세 시도를 못하는 제 모습을 보아 버렸습니다. 소심하게... 몸이 잔뜩 긴장해서, 정해진 것만 하고 생각도 정해진 것만 하고 마는 건 아닐까 슬쩍 걱정이 되자 정신이 번쩍 들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해보겠다고 하면서 안전한(?) 상태로 배운 것만을 해보는 이상한 행위, 참 역설적이기도 합니다.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순간이 옵니다.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순간이 옵니다. 기회가 보이고 할까 말까 선택의 기로에 있다면 그냥 일단 좀 하기로 합니다! 선택지가 있어 고민을 한다는 건 배부른 고민이지만 기회가 있었음에도 결국 그저 아무것도 못하고 맞는 순간은 그야말로 비극입니다. 그땐 후회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겨우 3개월을 배우고 난 후의 장황한 소감이지만 큰 소득은 자신김을 얻게 된 것입니다. 아직 뭘 배워도 좋은 나이라는 안도와 그나마 아직 할 수 있는 건강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겁니다. 의외로 몸도 쓸 줄 알고 있다는 것과 정확하게만 배우면 모든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는 것. 생각보다 겁낼 필요가 없다는 것을 몸으로 직접 체험한 것입니다. 휴장이 지나고 나면 다시 재수강을 할 것이고 계속 얼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신나는 스케이팅을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생각과 달리 스스로 몸이 할 수 있는 것에 제한을 너무 많이 두었다는 생각이 들어 앞으로는 할 수 있으면 그냥 해야겠습니다. 최소한 몸을 움직일 때만이라도 스스로에게만 집중할 수 있어 좋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몸에 적용해보려 합니다. 드디어 트랙에 서지 않았는가!
좀 이상하지만 휴장을 앞둔 마지막 강습 즈음 이제서야 스케이트를 구매해 장착해 봅니다. 사람마다 발 모양이 달라 안정적으로 더 쉽게 적응이 된다는 걸 몰랐었습니다. 아, 스케이트를 혹시라도 배우고 싶다면 반드시 자신의 스케이트화로 배우길 추천합니다. 역시 운동은 장비발입니다. 보기 좋으라고 좋은 장비로 으쓱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 운동을 위해 필요한 장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안되던 자세가 되고 안정적인 자세가 잡힙니다. 3개월간 한여름 더위를 뚫고 유목민처럼 빙상장 투어를 해야 할 듯합니다.
2023.06.13 - [짧은 생각] 가족 같은 회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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