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오도르 멜피 감독의 데뷔작인 <세인트 빈센트>는 형의 조카를 입양해 키우면서 자신의 인생을 바꾼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제목과 내용이 뻔하게 생각돼서 영화 보기를 미루고 미루다 본 영화, 잔잔한 웃음과 이야기의 궁금증을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코믹 드라마였습니다. 음악과 장면이 유쾌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아들 올리버(제이든 리버허)를 키우는 싱글맘이 새로 이사 간 곳에 괴팍하고 철이 덜든? 노인 빈센트(빌 머레이)가 이웃하고 있습니다. 이삿날부터 시비가 붙고 시끌벅적, 도무지 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새로 온 이웃에는 관심도 없고 모든 것에 불평불만을 쏟아 내는 고약한 할아버지 빈센트, 올리버가 등교 첫날부터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열쇠를 빼앗기자 자신의 집으로 들여 챙겨줍니다. 나이에 비해 왠지 허약해 보이는 올리버, 빈센트는 괴롭히던 친구들에게서 올리버를 구해주고 싸움의 기술로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가르쳐 줍니다. 빈센트와 올리버는 조금씩 친해지고 올리버는 고집스럽고 까칠한 빈센트가 점점 편하고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빈센트는 어린 올리버가 자꾸 신경이 쓰여 틈틈이 베이비시터로 함께 시간을 보냅니다.
상황이 그런 걸 어쩌겠어요
매기(멜리사 맥카시)는 양육권을 지키기 위해 애쓰지만 올리버가 빈센트와 함께 경마장과 술집을 드나든 사실에 경악합니다. 결국 남편과 양육권을 나누게 됩니다. 낮에는 경마장, 밤에는 술집을 전전하는 빈센트지만 자신의 건강을 돌볼 사이도 없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아내를 간병하기 위해 무던히도 애씁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경제적으로 점점 더 어려워지고 빚 독촉에 시달립니다. 결국 자신도 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아내는 세상을 떠납니다.
요즘 같은 때, 특별히 자극적이지 않고 큰 사건이 두드러진 내용은 아니지만 약간은 예전의 감성으로 모두 함께 볼 수 있는 그런 영화인 것 같습니다. 평범한 여러 유형의 사람들 사는 모습과 각자의 이야기 안에 숨겨진 진실과 어려움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복잡하지 않고 경쾌하게 흘러가서 무겁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노인 빌 머레이와 어린 올리버 제이든 리버허의 조합이 조금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그래서 신선하고 재미있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특히 어린 꼬마의 맑은 연기가 좋았습니다.
<세인트 빈센트>에는 여러 모습의 사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싱글맘과 살아가는 10살 소년 올리버의 인생과 치매인 아내를 돌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빈센트의 모습이 주된 것이지만 러시아 임산부 스트리퍼인 다카의 고달프고 힘든 삶이 씩씩하고 코믹한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조금은 가볍게 인생의 무게를 조절해 주는 것도 같습니다. 올리버를 혼자 키우며 아들이라도 좋은 학교에서 교육시키고 싶은 싱글맘 매기의 진지한 모습도 각자의 삶에 충실한 다양한 모습들 중 하나입니다. 애어른 같은 아이, 젊은 시절 열심히 살았던 노인의 아내를 잃은 허탈한 모습은 한 지점에서 만나 색다른 감정의 교감과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올리버가 'Saints Among Us' 행사에서 빈센트를 소개하는 장면이 모든 것을 말해 줍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이미 성인의 조건을 갖춘 사람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이건 얼핏 봤을 때 얘기고
좀 더 자세히 보면 그 뒤에 다른 사람이 있어요.
성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거든요.
저한테 싸우는 법을 가르쳐줬고 뜻을 굽히지 말고 용감하라고
크게 말하고 담대하라고 가르쳤죠.
성인들도 뜻을 이루려면 자신과 남들을 위해 싸워야 하니까요.
도박도 가르쳐줬어요. 경마, 키노, 오버언더까지
덕분에 전 열여덟 살까지 외출 금지죠.
근데 리스크 감수와 올인을 배웠어요.
살면서 그런 게 필요할 때도 있잖아요.
아저씨는 정어리를 먹어도 고양이는 고급 사료를 먹죠.
성인들은 희생을 하거든요.
아저씨는 결점 투성이에요, 아주 심하게요.
하지만 다른 성인들도 그래요. 결국 성인도 사람이니까요.
아주 인간적인 사람들이죠. 용기, 희생, 동정심, 인간애가 성인의 조건인데
빈센트 씨가 로체스터의 세인트 윌리엄 같은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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