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당일 자신의 결혼식이 시작돼도 입장하지 못하고 긴 통화를 하는 예비 신부 레이철(크리스틴 벨), 웨딩드레스를 입고도 회사의 일 때문에 식장 입장도 늦습니다. 겨우 식장으로 들어가지만 부케 속에 숨겨둔 핸드폰을 떨어뜨립니다. 결혼 서약을 해야 하는 하객들 앞에서 레이철의 행동을 본 예비 신랑은 레이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며 결혼을 취소하고 결혼식장을 떠납니다.
그래도 술친구가 필요할 것 같았어
결혼식이 취소된 레이철은 잠시 당황하지만 다음날 평소처럼 회사에 출근을 하고 바쁜 하루를 보냅니다. 26년 만에 딸의 결혼식을 보기 위해 온 아버지(켈시 그래머)는 결혼식이 취소되자 상심한 레이철을 걱정하며 찾아갑니다. 오랜 세월을 잊고 살았던 두 사람, 어색한 아버지와 딸은 얼떨결에 밤새도록 함께 술을 마십니다. 그동안 서로에게 서운했던 감정을 꺼내며 두 사람의 대화는 점점 길어지고 술도 점점 더해집니다.
그리고 정신을 차려보니, 아버지와 레이철은 허니문 크루즈에... 결혼식은 깨졌지만 그렇게 아버지와 함께 신혼여행을 떠납니다.
다들 행복하게 허니문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 속에 26년 만에 만난 딸과 아버지는 한없이 어색하고 불편합니다. 일중독으로 가족을 떠났던 아버지와 일중독으로 결혼을 망친 딸, 어쩜 그렇게 똑같은지 유전자의 힘은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버지는 모처럼 휴가를 와서도 레이철이 일에 매달리며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인생에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함께하지 못했던 지난 시간을 용서받고 싶은 아버지와 원망은 했지만 아버지와 대화해 보고 싶었던 딸의 여행은 한정된 크루즈 안에서 위태위태하게 이어집니다. 가족이지만 오랜 세월을 떠나 있다 마주한 현실이 서로에겐 타인보다 더 낯설기만 합니다.
현재는 선물이에요
영화가 흘러가는 방향을 따라가면 크루즈 여행의 방향과 일치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치 크루즈 여행의 간접체험을 함께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식사 테이블에서 낯선 여행객들의 이야기를 듣고 식사를 하면서 스스럼없이 가까워지고 공연도 함께합니다. 경치가 좋은 자연 속에서 마음껏 수영도 즐기고 다이빙도 즐깁니다.
도저히 끝까지 함께할 자신이 없었던 레이철과 아버지는 주변 여행객의 도움으로 마음을 돌려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합니다. 여행의 막바지에 두 사람은 부녀간의 관계가 회복되며 진정한 여행을 즐기게 됩니다. 문제없는 가정이 없고 사연 없는 사람이 없습니다. 어찌 보면 뻔한 가족 간의 갈등으로 생각될 수 있지만 영화의 배경을 크루즈 여행이라는 형태로 변화를 줘서 지루하지는 않았습니다. 가족은 특히나 사소한 것에 마음 상해하고 또 그 사소한 것 하나로 이해하고 용서를 하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고, 결혼식이 취소돼도 흔들리지 않던 레이철이 아버지 품에서 우는 장면에서 진정한 화해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여행의 묘미가 낯선 곳으로 찾아가는 것도 있지만, 또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즐기는 과정에도 있습니다. 어색한 아버지와 딸만 있었다면 힘들었겠지만 크루즈라는 공간과 여행이라는 과정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오히려 서로에게 다가가기가 더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불편한 가족과의 여행은 꿈조차 꾸기 힘들지만 그래도 이처럼 우연히라도 시작이 된다면 어쩌면 아예 절연할 수도 있었을 가족과의 관계 회복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사람들은 힘든 일이 생기거나 외로울 때 무언가에 더 집중하곤 합니다. 레이철은 일에 빠지면서 자신의 마음을 더 채찍질하면서 위태로움을 이겨내려 애썼던 것 같습니다. 자신을 토닥이거나 쉬어가는 방식을 익히지 못해서 휴가 없이 일에만 매달렸던 것을 깨닫고, 레이철은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하면서 닫았던 마음을 열고 편안함을 느낍니다.
새삼, 크루즈에서 만난 제프가 레이철에게 건네었던 말을 기억해 봅니다. 우린 어떤가요?
어제는 과거, 내일은 미래, 오늘은 선물이에요
그래서 현재를 프레젠트라고 해요
현재라는 선물을 즐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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