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턴트 패밀리》는 입양으로 새로운 가족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다룬 영화입니다. 숀 앤더스 감독도 영화처럼 세 아이를 입양했고 본인의 경험담이 바탕이 되었습니다. 실제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감독의 가족이라고 전해지는데요, 입양의 과정과 어려움, 입양으로 인해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건 걔들 잘못이 아니고 걔들은 하자품도 아니에요
피트(마크 월버그)와 엘리(로즈 번) 부부는 직접 자신들의 아이를 낳는 대신 입양을 하기로 결정합니다. 입양박람회를 통해 아이들을 만나는 과정은 피트의 말대로 물건을 고르듯 하는 것이 조금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부부는 다들 꺼려하는 10대인 리지를 선택하며 동생들까지 챙기느라 한꺼번에 세명의 아이들을 입양하게 됩니다. 동생들과 함께 입양된 리지(이사벨라 머세드)는 그동안 겪은 경험이 있어 쉽게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위탁 가정을 떠돌며 겪은 일들로 자신도 모르게 내재되어 있는 반항, 불안, 두려움, 분노등이 포함된 거친 행동과 말들이 자주 튀어나옵니다. 부부가 진심을 드러내도 일단 거부하고 반항하는 태도로 일관하지만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책임감은 누구보다 강해 동생들을 따듯하게 돌봐주는 부부에게 살짝 마음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떠돌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사건건 부부와 다툼이 일어납니다. 피트와 엘리는 아이들을 포기하려는 생각도 해보지만 상상만으로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자신들을 알게 됩니다.
입양의 현실적 이야기들, 돈을 위한 입양부터 아동학대등 위탁 가정을 떠돌며 형성되는 어린아이들의 방어 심리가 리지를 통해 잘 드러납니다. 아무리 좋은 환경이라도 강요에 의해서 억지로 엄마, 아빠가 되거나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를 걱정해주는 가족과 나를 사랑하는, 혹은 내가 사랑하는 가족이라는 심리적인 안정감과 기댈 곳이라는 마음이 있어야 진정한 가족이 만들어집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들도 모르게 편안함이 생기면서 후안이나 리타가 무의식적으로 아빠, 엄마를 자연스럽게 말하게 되는 순간은 부부만큼이나 보는 사람들에게도 굉장히 감동적입니다.
중요한 일들은 원래 힘든 거예요
정기적인 위탁 가정을 위한 임시 부모 모임에서 부부도, 다른 가족들도 서로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서로 다른, 그렇지만 비슷한 어려움들을 웃으며 함께 공유하고 답을 찾아갑니다. 따듯한 마음을 가진 임시 부모들의 용기와 지혜들을 나누며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습니다. 힘들었던 임시 보호기간이 지나는 동안 부부는 어느새 아이들과 교감하며 서서히 부모가 되어가고, 아이들을 챙기고 혼내는 부모 노릇도 하면서 그렇게 사랑하며 시간이 지나갑니다. 하지만, 마약중독자인 아이들의 엄마가 출소하면서 양육권을 찾기 위해 법원에 심리를 의뢰합니다. 입양 프로그램의 목적이 '가족의 보호'라고 하는 말을 전해 듣는 장면에서 엘리의 아이들을 향한 복잡한 마음 - '우리 가족은요?' - 이 이해가 갑니다.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친모가 양육하는 것이 맞지만, 미덥지 못한 친모를 보고 부부는 아이들에 대한 약간의 서운함과 걱정, 불안을 느낍니다. 원래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임시 보호를 하며 만들어진 새로운 가족의 서운함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리지는 친모를 따르기로 결정하지만 정작 엄마를 만나러 가야 하는 순간, 친모는 또다시 약에 빠지고 무책임하게 사라져 버립니다. 리지는 큰 절망에 빠지지만 부부의 진심어린 위로에 마음을 열고 사과합니다. 결국 법원에서 <가족> 임을 선언함으로써 행복한 결말로 끝이 납니다.
가족이란 이름은 참 여러 가지 복잡 미묘함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좋기만 한 것도, 의무감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서로 챙겨야 하고 서로 끊임없이 걱정해야 하고, 또 서로 다투며 그렇게 서로 사랑하며 삽니다. 그런 어려움들이 어떻게 서로 삐걱대고 다듬어지고 퍼즐을 맞춰가며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지 잘 보여줍니다. 심각할 수도 있는 주제지만 영화는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재미있게 흘러가고 무게잡지 않습니다. 피트와 엘리는 세 아이들과 새로운 가족이 되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했지만 오히려 그보다 더 많은 다른 것들로 채워갑니다. 위탁 가정을 떠돌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여러 사정과 입양을 결심하게 되는 사람들의 여러 가지 이유들을 통해 입양 현실에 대한 웃음과 아픔, 고통을 솔직하게 볼 수 있는 색다른 영화였습니다.
2022.12.23 - 콜레트 Colet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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