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즐겨 봅니다. 야구 시즌으로 1년을 보내다 보면 참 다양한 경우를 보게 되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시즌 시작 전부터 야구 전문가와 AI는 모든 데이터를 동원해서 올해의 승리팀과 꼴찌팀을 예측합니다. 매 게임마다 승부에 집중해서 보기도 하지만 매년 꼴찌를 하는 팀과 매년 우승을 기약하는 팀의 차이가 무엇일까 유심히 바라보게 됩니다. 꼴찌팀을 응원하며 승리와 패배도 학습되는 것인지 잠시 생각해 봅니다.
예측대로 시즌 시작과 함께 지속 연패에 빠진 팀은 꼴찌를 도맡고 있었고, 상위 팀들은 그들만의 리그로 순위 다툼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다 최상위를 달리는 팀과 맨 마지막 순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팀의 경기가 주말에 있었습니다. 누구도 의심하지 않고 하위팀이 모두 게임을 내줄 것으로 예측을 했습니다. 그러나 경기를 시작하자 판은 전혀 예상 밖으로 흘러갔습니다. 더구나 꼴찌팀에 주된 핵심 전력들이 몽땅 빠진 상태에서 시작한 게임, 경기가 나락으로 떨어져야 맞는데,,,, 이상하게 자꾸 최상위팀이 힘을 쓰지 못합니다. 연속 3 게임 중 2게임이나 최하위 팀이 승리를 가져갑니다.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결과가 만들어졌습니다.
나락으로 떨어져야 맞는데...
재미있는 건, 경기 중 선수들의 표정과 행동이었습니다. 모든 게임을 유심히 보면 선수들의 표정과 행동에서 그날의 게임 승부를 알 수 있습니다. 팀 전체의 분위기와 선수들의 루틴이 이루어질 때 하는 행동과 표정들이 예측을 가능하게 합니다. 아무리 재능 있는 사람이라도 즐기는 사람은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재미있게 즐기듯 여유 있는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서거나 자신의 공에 대해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마운드에 선 선수를 이길 방법은 없습니다. 머뭇거리거나 판단을 보류한 듯한 표정을 한 선수는 어느 순간도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상식적이지 않은 게임과 결과, 의외성이 재미를 더하는 스포츠의 묘미를 자주 접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코로나로 직관이 어려웠던 시기가 지나고 직관과 육성 응원까지 가능해 보는 재미를 더해줍니다. 물론 몇 경기를 이겼다고 금방 순위가 바뀌거나 세상 평가가 달라지진 않습니다. 다만, 승리와 성공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며, 차곡차곡 쌓아가는 승수와 함께 자신감도 키워간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그 끝은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객관적인 전력 평가와 완전히 다른 장면, 포텐이 터질 수 있는 상황은 늘 존재합니다.
팬들의 입장에서 승리하는 팀을 응원하면 마음도 편합니다. 재미도 있습니다. 하지만, 뻔하고 싱겁습니다. 지루합니다. 연고지와 상관없이 꼴찌를 응원하는 이유는, 순간순간의 절실함 때문입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예측 불가능한 게임의 승리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 팀 내에서도 치열한 경쟁으로 절실함을 보이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팀과 경쟁에서 한 팀이 살아남는 것은 그 의미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은 자신의 꿈을 찾아 자발적으로 대학 진학을 거부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습니다. 학력 중심 사회에서 자신의 인생을 걸고 굉장히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입니다. 용기가 필요합니다. 기성세대는 아직도 진학을 권유하는 것이 현실이지만, 스스로 길을 선택해 본 청년 세대가 기성세대보다 행복할 가능성이 훨씬 커 보입니다. 기성세대는 아직도 학벌로 꽁꽁 묶인 사회적 위치(계급)에서 감히 반란을 꿈꿔보지 못한 채 살고 있습니다. 모든 분야가 한 가지 방향으로만 가지는 않습니다. 분야마다 다양한 길이 있고, 다양한 방법들로 의외의 결과들이 생길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든 미리 결론짓지 말고 의외성이 만들어질 기회를 열어두어야 합니다. 공부에서 꼴찌를 하더라도 다른 잘하는 것으로 용기를 줄줄 알고, 사회에서 모두가 잘하는 일을 설사 잘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그 한 사람의 특성에 맞는 잘하는 것을 응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두 인생의 모범 샘플대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인생에 정답은 없습니다. 선택의 기로에 놓일 때마다 좌절하지 않도록 끊임없는 격려가 필요할 뿐,
모두에게 뻔하지 않은 결과
모든 게임에 승부 예측이 가능하고 뻔한 야구를 한다면 팬들은 만족하지 못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스포츠의 본래 의미도 약해질 것입니다. 영화 머니볼에서 오클랜드 어슬렉티스가 그랬던 것처럼 올해 한국 야구에서도 신선하고 유쾌한 꼴찌팀의 반란이 일어나길 기대해 봅니다. 그들의 방식이 맞는지 틀렸는지는 시즌이 끝나고 성적으로 증명되겠지만, 그때까지 자신들이 선택한 방식을 믿고 그 확신대로만 실행하기를 바랍니다.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어디쯤에선가, 꼴찌도 당당히 반복된 승리의 크기만큼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짧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2022.04.19 - [짧은 생각] 서로 연락하지 않는 가족 간 인연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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