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생각] 서로 연락하지 않는 가족 간 인연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

 

 

 

대법 "자녀와 연락 끊고 지낸 부모에겐 자녀의 불법 행위에 대한 배상 책임 없다"

https://www.khan.co.kr/national/court-law/article/202204141112001

대법 "자녀와 연락 끊고 지낸 부모에겐 자녀의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 책임 없다"

  성범죄를 저지른 자녀에 대해, 이혼 후 자녀와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낸 부모는 자녀의 불법 행위에 대한 배상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이혼 후 양육을 하지 않았기에 성장 과정에서 생긴 자녀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어떤 책임도 없다는 결론입니다. 한 때 사회적으로 한참 이슈가 되었던 구하라 법이 아직도 국회 통과를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법의 잣대는 왜 이렇게 이중적인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봅니다.


  유명 연예인들이 관련되지 않았다면 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커지기까지 훨씬 더 오랜 세월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실제로 드러난 이슈 아래엔 훨씬 더 광범위하게 수많은 일반인들이 똑같이 혹은 더욱 처참하게 같은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여러 사유로 이혼 가정이 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대부분은 양육권을 포기한 쪽과 인연을 끊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자식들은 연락을 끊고 살던 부모들의 채무에 대해 끊임없이 배상을 해야 하고, 연락을 끊은 부모들은 사망한 자식들의 사망보험금을 받거나 죽은 자식의 재산을 상속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그나마 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화가 되어 공무원에게만 적용되는 '공무원 구하라 법'이 발의되고 양육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공무원 유족의 연금을 제한하는 법이 통과되었을 뿐입니다. 구하라 법 논의가 한창 뜨거웠기에 다들 법안이 통과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공무원 연금 관련한 법으로 한정한 것 외 일반 국민의 사적 재산 관련한 법안은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가족과 가정의 형태가 다양하게 구성되는 현실 속에서도 가족법의 기준에 따라 부모와 자식은 천륜이라 하여 시쳇말로 호적을 팔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자식을 버렸던, 합법적인 이혼 절차로 자녀와 연락 두절 상태가 되었던, 이유 불문하고 현행법에는 자녀 재산의 상속에 어떠한 결격 사유도 존재하지 않으며 어떠한 제한도 두고 있지 않습니다.

인연 끊은 부모의 채무는 어디까지 자녀가 감당해야 하나

  분명한 건, 이런 허점을 노리고 악용해서 자녀나 혹은 부모의 재산을 노리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양육하지 않은 부모의 사후 채무가 자녀에게 상속됨으로써, 자신의 삶을 꾸려 가기도 벅찬 현실에서 연을 끊고 지내던 부모의 채무 상환으로 허덕이며 지내야 하는 현실은 참담합니다. 가십으로 기사화되는 유명 연예인들의 경우를 보더라도 인연 끊은 부모의 빚을 감당할수록 자녀의 이름을 팔아 더욱더 눈덩이처럼 불어난 채무를 만들어내는 상황임에도 그 끝은 보이지 않습니다. 자식 된 도리로, 유명세를 탄 공인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질타와 무언의 눈초리를 이겨내며 무책임한 부모의 빚을 끊임없이 갚아갑니다. 틈날 때마다 사과하고 절연을 공공연히 공표하면서 법에 책임 없음을 호소해야 하는 현실을 보면서 이런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일반인들의 고통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굳이 위의 대법원 판결이 맞고 틀리고를 문제 삼을 생각은 없습니다. 단, 양육하지 않았다 하여 자녀의 잘못에 대한 부모의 책임이 없다면 구하라 법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 것인지? 자녀에 대한 양육의 성실 의무를 다하지 않은 부모가 사망한 자녀의 재산을 상속받을 자격엔 정말 문제가 없는 것인지? 일방적이고 관습적인 사회적 비난과 법의 이중 잣대가 더 심각한 문제는 아닌 것인지? 그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오랜 기간을 두고 가족법은 끊임없이 개정을 거쳐왔지만 당사자들의 인식과 변화 속도에는 현저히 못 미치는 게 현실입니다. 인연을 끊은 자식과 부모의 관계에서 남는 것이 배상 책임은 없고 보상금(재산 상속할) 탈 권리만 있다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입니다. 가족이란 인연으로 맺어진 부모와 자식, 그 인연의 책임은 어디까지 가져가며 견뎌야 하는 것인지, 그 끝은 없는 것인지, 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법 개정이나 기준을 만들 수는 없는 것인지 짧은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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