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생활을 그만두고 일을 시작한 초보 간병인 벤 벤자민(폴 러드)은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작정하고 시비 거는 트레버(크레이그 로버츠)를 첫 환자로 만납니다. 첫 만남부터 벤을 대놓고 괴롭히고 노골적인 성적 농담을 하지만 일단은 벤과 같이 생활하기로 결정합니다. 화장실 문제부터 식사까지 실시간으로 골탕 먹이고, 아픈척해서 벤을 놀라게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벤이 적당히 무시하고 적당히 덤덤하게 대하면서 서로 조금씩 편한 관계가 되어 갑니다. 농담 코드가 통하면서 친해지고 벤이 물어봅니다. '몸이 멀쩡하면 뭘 하고 싶어?' '서서 오줌 싸고 싶어요'
뒤센형 근위축증을 앓아 움직임에 제한을 받으며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트레버는 TV를 통해 세상 곳곳의 유명한 명소들을 바라보고 그만의 지도를 만들어 갑니다. "지도에 나온 곳들을 가보면 어떨까?" 트레버의 지도 밖 세상을 보여 주고 싶은 벤은 함께 1주일간 자동차 여행을 가자고 제안합니다. 트레버가 가장 가고 싶어 하는 미국에서 가장 큰 구멍(세계에서 제일 깊은 화강암 채석장)을 보러 가자고 합니다. 트레버는 자신감이 없어 못 갈 이유를 계속 찾고 거절을 하지만, 거실을 벗어나게 해주고 싶어 하는 벤의 진심을 알고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여행을 시작합니다. 세상 밖으로 나온 트레버는 사소하지만 여행 중 있을 법한 새로운 경험들을 하나씩 체험합니다. 차창밖으로 팔을 내밀어 손가락 사이로 바람을 흘려보내는 순간들, 여행의 설렘과 기대, 자유로움을 느껴보는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TV와 다르게 시도하라며 용기를 주는 벤의 말을 듣고 한눈에 반한 도트(셀레나 고메즈)와 첫 데이트도 합니다. 세상 밖의 음식도 먹고 알콩달콩 둘만의 아름다운 추억도 만들어갑니다. 시한부 인생을 살아야 하는 트레버를 대하는 도트의 일상적인 태도와 배려가 여행의 의미를 새롭게 하고 두 사람의 관계를 돈독히 합니다. 길 위에서 만난 임산부 피치스(메간 퍼거슨)까지 예상치 못한 새로운 만남들이 이어지지만 트레버의 여행이 그들과 함께 더욱 풍성해지는 순간들입니다.
우린 모두 각자의 이야기와 사연을 갖고 삽니다. 각기 다른 상처와 이야기를 갖고 살면서 매 순간 특정하지 않아도 서로 보살핌을 주고받습니다. 동정이 아닌 평범한 일상을 함께 하는 진심 어린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웁니다.
부족하지도 과하지도 않게
트레버는 여행 중 계획에 없던 아빠를 만나러 갑니다. 자신의 병을 알고 집을 나가버린 아빠가 보내는 편지의 진실을 알고 싶어 하는 트레버, 하지만 편지의 진실을 알고는 화를 내고 웁니다. 그 화풀이는 고스란히 벤을 향합니다. 감정은 틀어지고 시간당 9달러에 맞는 간병인과 환자의 관계만 유지하라고 소리치는 트레버, 너무 마음이 아픈 장면입니다.
벤이 왜 간병인이 되었는지, 이혼 서류를 작성하고 아내에게 건네기까지 과정이 왜 저리 힘이 드는지 벤의 사연도 영화를 보는 내내 신경이 쓰였는데요, 벤은 자신의 잘못으로 아들이 죽었다는 깊은 자책감에 빠져 있었습니다. 아들과 함께하지 못한 것을 트레버와 같이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지, 그 과정에서 스스로 자신을 치유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행을 하면서 점차 트레버도 벤에게 편안함을 느끼고 의지하는 듯 보이고, 벤도 트레버를 친구처럼 혹은 아들처럼 대하는 장면들이 느껴집니다. 그것은 장애인을 대하는 간병인의 태도가 아니라 각자의 삶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상적인 배려와 책임을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게 다하는 담담한 태도였습니다. 선입견이 작용하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로는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인간 대 인간으로 바라봐야만 이해가 될 것 같습니다.
꿈을 이루라고 여행을 떠나는 거야
여행은 목적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합니다. 여행 중 의외의 새로운 목적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행 중 마음속에 품고 있던 것을 한 번쯤 시도해 보려는 꿈틀거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여행의 막바지에서 트레버의 소원이 생각난 벤, 구급차에서 구한 이동식 침대에 트레버를 묶고 서서 오줌 누기 꿈을 이뤄줍니다. 트레버는 감격해서 소리를 지르고 세상에서 가장 깊은 구덩이로 오줌을 누면서 어쩔 줄 몰라합니다. 행복해 보이는 순간, 감동적이기도 하고 어이없이 웃음이 터지는 지점이었습니다.
누군가를 보살핀다는 것은 상상보다 훨씬 더 어렵습니다. 관계의 설정부터 표정, 행동, 말 한마디까지 모두 적절하기가 어렵습니다. 자칫 과하지 않을까, 모자라지 않을까 신경이 쓰이지만 딱히 정답도 없습니다. 그것은 관계에서 폭이 정해지는 것 같습니다. 얼마만큼의 신뢰로 관계가 이루어지는지, 얼마만큼의 감정이 작용하는지에 따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트레버가 짓궂은 질문과 농담을 던지고 골탕을 먹여도 필요할 땐 화를 내고 그렇지 않을 땐 적당히 무시하고 넘겨버리는 벤의 태도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린 보살핌을 무조건 도와주거나 무조건 맞춰주기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관계의 자유로움과 사실을 그대로 바라보고 동등한 사람으로서 대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자동차 여행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트레버, 여전히 간병인이 도망갈 때까지 골탕 먹이지만 한층 성장해 있었고, 벤 역시 여행에서 돌아온 후 아내와 관계를 정리합니다. 벤도 자식을 잃은 아픔을 극복하기까지 조금은 긴 시간이 필요했었고 여행을 통해서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벤은 여행을 다녀온 후 간병인 일을 그만두고 다시 글을 쓰게 되었고 트레버와는 친구로 지냅니다. 알로하, 이 문구는 간병인과 환자 사이뿐 아니라 인간관계 혹은 자신을 돌아보는 순간에 적용해도 무척 좋은 내용인 것 같아 마음에 새겨봅니다.
A , Ask
L , Listern
O , Observe
H , Help
A , Ask Again
2022.04.08 - 아무도 죽지 않는 액션 코미디, 위험한 사돈(The In-Laws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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