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란 근본적인 물음을 우리에게 던지는 영화 '어디 갔어, 버나넷'은 마리아 샘플의 동명 소설 '어디 갔어, 버나뎃(Where'd You Go, Bernadette)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한 때 건축계의 아이콘으로 '맥아더 상'을 수상한 버나뎃이었지만 현재는 사회성이 결여된 채 이웃과 소통도 하지 못하는 상태로 갑작스럽게 FBI 조사 도중 사라집니다.
인기가 많을 필요는 없어
버나뎃(케이트 블란쳇)은 엘지(빌리 크루덥)와 결혼해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외동딸 비(엠마 넬슨)를 키우며 지냅니다. 사랑하는 딸 비는 예의 바른 우등생이었고 남편 엘지는 성공한 사업가로 평범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버나넷은 어딘가 모르게 불편하고 불안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고 사람들과 지내는 일은 너무 힘들어합니다. 주변은 항상 예기치 못하게 소란스러웠고 무례했습니다. 버나뎃은 온라인 비서 '만줄라'를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했고 그러던 중 비가 고등학교 입학 전 남극 가족 여행을 가자고 합니다. 소중한 딸의 제안을 약속은 했지만 민감한 버나넷은 많은 사람들과 크루즈를 타야 하는 자체에 스트레스를 느낍니다. 안 그래도 불편한 버나뎃은 스트레스로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되고 남편은 치료를 위해 정신병원 입원을 제안합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온라인 비서 '만줄라'가 러시아 범죄조직과 관련되어 FBI 조사까지 받아야 합니다. 버나넷은 남편의 말대로 할 수 없어 버나뎃의 각다귀였던 오드리의 도움으로 몰래 먼저 남극으로 떠납니다.
낯선 곳에서 고요 속에 잊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바라봅니다. 결혼 후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었지만, 같은 기간을 정작 자기 자신은 잊고 살았던 셈이었습니다. 엄마로, 아내로, 가정주부로, 학부모로 지낸 모든 시간이 행복했지만, 잘 나가던 건축가 버나뎃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을 잃은 채 이웃과의 소통도 어렵게 되고 성격도 점점 괴팍해지면서 치료가 필요한 지경에 이릅니다. 버나뎃의 내면에 대한 답을 찾기보다 약물에 의한 치료와 입원 권유는 버나뎃을 점차 고립시킵니다. 유일하게 버나뎃이 진심으로 소통하는 비. 버나뎃이 힘들어하는 과정에서도 비와의 관계는 보는 사람을 흐뭇하게 합니다. 수업이 끝난 비와 차를 타고 가며 수다 떠는 모습,신디 로퍼의 'Time After Time'을 같이 부르던 장면은 자유롭고 든든한 힘을 느끼게 합니다.
If You're Lost, You Can Look And You Will Find Me
Time After Time
지형을 보러 남극점에 가봐야겠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 폴 젤레니크(로렌스 피시번)가 버나뎃을 만나 들려준 이야기는 영화를 보는 '우리 모두' 혹은 '나'에게도 해당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너 같은 사람은 창작을 해야 해
그러려고 세상에 태어난 거고
그렇지 않으면 세상에 위협이 되지
네 모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하나야
다시 일을 시작해
모든 사람이 천재이거나 예술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누구나 인생의 따분함을 느낍니다. 각자의 인생에 갖고 있는 각자의 예술은 무엇일까요? 기발한 아이디어로 활약하는 유투버나 연예인들을 보면 가끔 저 사람들은 저 일을 하지 못하게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일반인으로 살았다면 지루함에 죽거나 사회에 해약을 끼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회화, 수학, 건축, 철학, 시, 작곡, 조각, 물리학, 육상, 해부학, 악기, 토목까지 말 그대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천재적 재능을 가진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단 하나 부족한 것이 '끈기'였다고 합니다. 기마상을 만들다가 대포를 만들고, 대포를 만드는가 싶더니 또다시 갑자기 물감을 만드는 식이었다고 하는데요, 그 많은 창작물을 만들어낸 동력이 '인생의 따분함과 지루함을 견뎌낸 과정'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봅니다.
영화는 결국 '세상을 살아가는 주인공 내가 행복하게 살아갈 방법'에 대해 묻고 있습니다. 플랑크톤 샘플 채취 작업을 도와주던 중 우연히 기지 건축 계획을 듣고 남극점에 들어가기 위해 몰래 계획(?)을 짜는 버나뎃의 표정에서 반짝이는 '돌아온 버나뎃'을 보게 됩니다. 우리 인생에서도 모두 '각자의 예술' 하나쯤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2022.02.27 - 탈옥을 응원하며, 쓰리 데이즈(The Next Three Days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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