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또보기]

빛의 탄생, 커런트 워(The Current War 2017)

나두매일 2022. 3. 18.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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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urrent War 2017


  커런트 워, 역사적 실화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 전기가 공급되는 과정 중 벌어지는 에디슨 일렉트로닉과 웨스팅하우스 일렉트로닉 사이의 치열한 특허권 싸움과 전략을 속도감 있게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에디슨의 조수로 일하다가 독립한 테슬라가 이민자로 부당하고 형편없는 대우를 받았던 내용이 위인전에 나오면서 에디슨의 양면적인 모습이 새로 조명되기도 합니다. 수많은 발명품을 만들어낸 것으로 긍정적인 면만 위인전으로 각인이 된 에디슨의 발명 과정과 갈등, 가족과 인생에 관한 이면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발명을 위해서는 어떤 실패가 있더라도 끝까지 해내고 마는 기질이 성실성으로 보이는 반면 그것을 얻기까지의 과정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고집스러움, 잔혹함들이 함께 조명됩니다. 끊임없이 실패하면서 개량하고 새롭게 만들어가는 에디슨과 이론을 바탕으로 불필요한 실패와 실험을 줄이고자 했던 테슬라는 기질적으로 맞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발명가와 사업가 사이

 

 

  재력이 넉넉하지 않았던 에디슨은 차세대 에너지인 전기 연구에 몰두했고 웨스팅하우스는 당시 철도 에어브레이크를 발명해 엄청난 부를 쌓은 회사였습니다. 실제 AC(교류 전기)와 DC(직류전기) 간의 전류 전쟁은 에디슨과 테슬라로부터 교류 전기 송전의 특허를 사들인 웨스팅하우스의 대결이었다고 보입니다.

 

 

 

  에디슨이 그토록 효율성을 강조하고 사람을 해치는 발명품을 만들지 않는다고 했지만 빛의 도시 시카고 박람회를 밝히는 장면과 함께 에디슨이 만든 전기의자에서 최초로 전기 사형이 실현되면서 '전기로 인한 죽음'을 만든 발명가가 됩니다.  자신의 이름은 빼고 시카고 박람회에 살인 전기라고 알리려고 했던 에디슨의 욕심은 사업적인 이득을 위한 과정으로 보여 섬뜩했던 장면입니다. 에디슨은 교류의 위험을 알리기 위해 사형에 사용하는 전기의자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테슬라 회사를 망하게 하기 위해 전기의자를 만들고 길거리 동물을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고 상당히 비난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애초에 비즈니스에 탁월한 웨스팅하우스와 발명가 에디슨이 만찬에서 정상적으로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웨스팅하우스가 테슬라를 만나기 전에 에디슨을 만났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만일 그랬더라도 이민자였던 테슬라가 교류 전기를 실용화 이후 웨스팅하우스처럼 상용화까지 할 수 있었을까? 

  발명품을 내놓을 타이밍은 발명품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삼성과 애플이 비슷한 시기에 보안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휴대폰 모델을 내놓거나 삼성과 엘지가 비슷한 시기 TV를 출시하는 경우와 같은 것일 겁니다. 혁신이란 것도 결국엔 사회적 상황에서 타이밍에 맞게 이루어지는 사회적 과정인 듯합니다. 전기 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재정적 어려움에 처하고 회사 간의 합병으로 에디슨도 회사의 권한을 잃고 전기 산업에서 물러납니다. 

   영화에서 가족의 이야기가 언뜻언뜻 나오긴 하지만 발명에 동기가 되는 부분 외에 가족과의 일상생활은 그려지지 않고 있어 다소 아쉬웠습니다. "이젠 우리 안 사랑해?" 아이들이 말하던 장면처럼 실제 에디슨은 가족에 대해 소홀했다고 알려져 있고 가정생활도 원만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진정 영원한 것은 바로 우리의 생각

 


  영화 마지막에서 보듯 웨스팅하우스와 에디슨의 관계는 원만했던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진심으로 에디슨이 발명을 했던 당시의 느낌을 묻는 웨스팅하우스와 그 감정을 최대한 정확하고 솔직하게 전하고 싶어 하는 에디슨의 모습에서 알 수 있을 듯합니다.  단지, 울타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미래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장면은 보기 좋았지만 갑자기 아무런 개연성도 없는 중국인의 서예 장면이 등장을 한 것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영화 구성에서 꼭 필요한 장면은 아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어릴 때 외가댁에 가면 항상 저녁이 일찍 시작되곤 했습니다. 지역이 깡촌이라 해가 뜨면 어른들은 일을 가고 해가 지면 잠을 자는 전형적인 시골 생활에, 어느 날 갑자기 전기가 들어왔습니다. 서울은 이미 전기가 일상적으로 사용되던 시기였지만, 지금도 외진 시골인 그곳에 전기가 들어온다는 것은 당시 지역민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시절이었습니다. 깜깜한 마을에 단 1개 백열구가 반짝 들어오던 순간, 탄성을 지르며 기뻐하고 신기해하던 마을 사람들의 모습은 어릴 때였지만 아직도 분명하게 기억이 납니다. 

 


   에디슨에 대한 인간적 면모와 사업가적 모습을 함께 보여준 흥미 있는 영화였지만 전체적 느낌은 왠지 셜록 같고, 셜록의 다른 버전 같고, 셜록과는 좀 다른 산만함이 있었던 그런 영화로 생각이 됩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나왔던 <이미테이션>이나 <셜록>류들이 비슷한 느낌을 줘서 그런 것인지, 영화의 색감이나 속도감 때문인지, 아니면 영화 내내 나오는 음악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영화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지는 요인이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에디슨에 대한 양면적인 평가를 위한 영화였다면 오히려 다큐 형식이 더 신선한 느낌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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