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암 니슨 주연의 쉰들러 리스트는 1993년 제작된 전쟁 영화입니다. 제목 '쉰들러 리스트'는 나치 정권 당시 유대인들을 구해내기 위해 작성한 쉰들러의 명단(생명부)에서 따온 것으로 체코 태생 독일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의 이야기가 바탕이 되었습니다. 나치 당원이던 쉰들러는 전쟁을 돈 벌 기회로 보고 유대계 폴란드인이 경영하던 그릇 공장을 인수합니다. 회사가 번창한 만큼 화려한 생활을 했던 쉰들러는 사업 수완이 좋았고 나치 고위 관료들과의 관계도 좋았습니다. 덕분에 쉰들러는 유대인들을 저렴하게 고용합니다. 유대인 회계사 이자크 슈테른(벤 킹슬리)을 만나면서 사업은 더욱 번창합니다. 그러나 전쟁이 확대되고 절박해지면서 독일의 유대인에 대한 정책은 점점 참혹해지고 악랄해집니다. 쉰들러의 사업에도 제재가 시작되자 강제 노동 수용소로부터 유대인들을 구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사업으로 모아둔 재산을 털어 직원들을 살리기 위해 군 간부들을 매수합니다.
진정한 권력
나치 장교 애몬 괴트(랄프 파인즈)를 통해 전쟁 중에도 그들의 호화스러운 생활과 사람을 죽이고도 웃으며 술과 파티를 즐기는 장면을 보여줍니다. 전쟁의 참혹함들을 덤덤하게 반복해서 보여줘 보는 내내 불편한 감정들이 잔상으로 남습니다. 쉰들러는 산책 도중 괴트의 유대인 학살 현장을 보게 됩니다. 총소리 나는 길을 혼자 걸어가는 빨간 코드 여자아이를 쉰들러는 멍하니 바라봅니다. 흑백 영화에서 빨간 코드를 입은 여자아이가 등장하는 장면은 강렬한 학살의 상징으로 기억됩니다. 길 가는 사람을 이유도 없이 총으로 쏘고, 청진기까지 동원해 숨은 유대인을 찾는 나치의 악랄함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유대인 학살 장면을 목격한 쉰들러는 심경의 변화를 겪고, 괴트를 만나 진정한 권력과 진정한 힘에 대해 이야기하며 괴트가 얼마나 잘못된 짓을 하고 있는지 꼬집어 줍니다. 뇌물을 주고 고용했던 유대인을 빼내고, 유대인들 사이에서 쉰들러의 공장은 천국으로 여겨지지만 쉰들러는 자신의 위험을 감지합니다.
괴트는 쉰들러와 만난 후 살인과 용서 사이에서 내적 갈등을 겪습니다. 기차를 탄 유대인을 향해 호스로 물을 뿌리는 장면, 괴트는 '희망을 주고 있다'며 장난처럼 말하지만 쉰들러는 목마른 이들을 위해 진심으로 물을 뿌리고 있었습니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인간은 자기의 본성을 드러 내게 됩니다. 유대인 시체 소각 임무를 맡은 괴트는 살아남은 유대인을 아우슈비츠로 보내려 합니다. 쉰들러는 고향으로 가기 위해 트렁크에 돈을 채우지만, 마음을 바꿔 자신의 유대인을 돌려받기 위해 괴트와 거래를 합니다. 슈테른은 리스트를 작성하고 나서야 쉰들러가 노동자를 사려는 게 아니라 돈을 주고 유대인을 빼내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여백이 죽음을 막아주는 방패라고 믿으며 '생명부(쉰들러 리스트)'가 그렇게 작성됩니다. 쉰들러는 뇌물을 써 아우슈비츠로 잘못 간 기차를 돌려 브린리치에 도착합니다. 이곳에서 7개월간 쉰들러의 공장은 운영됐지만 생산품은 전혀 없었고 공장을 유지하기 위해 뇌물로 수백만 마르크를 지불했다고 합니다.
죽음을 막아주는 방패
전쟁이 나치의 패배로 끝나고 쉰들러는 직원들에게 자유를 선언하지만 나치 당원인 쉰들러 자신은 도망을 가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쉰들러가 무사히 돌아가길 바라면서 함께했던 유대인들은 모두의 서명을 받은 편지와 금이빨을 뽑아 감사의 의미로 만든 반지를 줍니다. 탈무드의 글귀 '한 생명을 구한 자는 세계를 구한 것이다.'를 새겨서 쉰들러에게 주는 장면은 참 장엄했습니다. 반지를 받으며, 자신이 더 많은 생명을 구하지 못한 슬픔과 죄책감에 쉰들러는 울음을 터뜨립니다. 유대인들의 위로를 받으며 쉰들러는 유대인 죄수복을 입고 고향으로 떠납니다.
마지막 엔딩에서 알 수 있듯 실제 쉰들러가 구한 유대인의 후손은 폴란드에서 살아남은 유대인보다 훨씬 많습니다. 나치 당원이었던 쉰들러가 전쟁을 단순히 사업의 기회로만 여긴 기회주의자(?)였다 하더라도 전쟁 중에 한 개인이 전 재산을 털어 온갖 위험을 무릅쓰고 유대인 1,100명을 구한 사실은 역사가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전쟁은 늘 참혹합니다. 전쟁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잔인한 본성은 끝을 알 수 없습니다. 현재까지도 크고 작은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지난 잘못에 대해서 인류가 반성하며 잘못을 바로잡아 가는 중이지만 영화에서 보여준 나치의 폭력성과 처참함은 아직도 아물지 못한 깊은 상처로 역사 속에 남아 있습니다.
2022.02.20 - 톰과 제리 다른 버전,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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