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잔인해서 볼 수 없었던 것도 더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무렇지 않게 될 때가 옵니다. 그러면, 그간의 보지 못하던 것들이 자신들의 일상이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마음이 단단해지고 나면 아무렇지 않게 되는 것들이 자기 삶의 깊은 뿌리였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다큐 같은 영화를 보며, 생존의 문제인지 복수의 문제인지 계속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 어느 것도 아닌 인간 삶의 모습이었을 뿐입니다. 끝이 분명하지만 그래도 살아남기 위한 것이라는...
숨이 붙어있는 한 싸워야 돼
물리적으로 싸움을 싫어하지만, 늘 마음은 부글거리고 업다운이 실시간 반복됩니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아도 가라앉기까지는 시간이 제법 필요합니다. 아는 대상을 향해 혹은 알지 못하는 대상을 향해, 더 자주는 스스로 자신을 향해 우린 매일 모든 순간을 '싸우며' 살고 있습니다. 누군들 싸우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늘 싸워야 하는 삶에 피로감도 느낍니다.

미국 서부개척시대 전 사냥꾼 휴 글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아들 호크가 동료들과 사냥을 하던 중 회색곰의 공격을 받습니다. 사지가 찢기고 생사를 넘나들던 무렵, 비정한 존 피츠 제럴드(톰 하디)는 휴의 아들 호크를 죽이고 아직 숨이 붙어 있는 휴마저 묻어버리고 자신만의 이익을 찾아 떠납니다. 자신의 눈앞에서 아들을 죽음을 목격한 휴는 복수를 다짐하며 성치 않은 몸으로 존을 뒤쫓습니다.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복수를 위해 행동하는 아버지의 끈질긴 집념은 가히, 무섭습니다.
죽음은 내 손에 달린 일이 아니야
예나 지금이나 사느라 바빠서 죽음은 남의 일로만 여깁니다. 계절이 바뀔 때 즈음 부고를 자주 접할 때마다 한 번씩 환기하는 정도일 뿐입니다. 해가 거듭되며 이제 가끔은, 나에게도 죽음이 오는 중이구나...라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수많은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고요한 자연의 혹독함 속에서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 휴의 모습을 보며 참 고달프고 괴롭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의 말대로 죽음은 내 손에 달린 일이 아닙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됩니다. 휴가 아들에 대한 복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지만 허무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숨이 붙어있는 한 싸워야 돼
그러니 계속 숨을 쉬렴
폭풍이 몰려올 때
나무 앞에 서서 흔들리는 가지를 보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죠.
하지만 뿌리를 단단히 내린 나무는 절대 쓰러지지 않아요.
잔인하게 눈앞에서 죽은 아들을 위한 복수 - 그것만이 휴의 유일한 삶이 되지만, 존의 삶이 무너지는 것을 본다고 휴 자신의 삶이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휴가 스스로 존의 죽음을 이루어낸다 해도 역시 크게 달라지진 않습니다. 다만, 그 어떤 경우라도 모든 잔인하고 처참한 상황에서도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을 오로지 살아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휴의 말대로 죽음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인간은 살아있는 한 싸우고 또 싸워야 하는 존재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것이 삶의 본질입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됩니다. 그만큼 인간이 어리석다는 의미이고 또 인간의 삶이 회한을 갖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일찍 깨닫더라도 나중에 깨닫게 되는 것은 늘 생깁니다.
그럼에도, 우린 수많은 인연들 속에서 절제하지 못할 복수심에 이를 갈고 비정한 삶의 현실에서 서로 살아남기 위해 바둥거립니다. 설원이 펼쳐진 고요한 자연 속에서 작디작은 존재들의 피 터지게 아웅다웅 싸우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자연의 웅장함과 인간 삶의 미묘한 대조를 봅니다. 설사 또 살아서 싸워야 하는 내일을 살아야 한다 할지라도, 오늘의 자기 삶이 어제와 달리 약간의 덤으로 주어진 것이란 사실을 이해한다면 결코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 수는 없을 겁니다.
2025.11.03-라스트 캐슬 The Last Castle
라스트 캐슬 The Last Castle
무언가 실행을 해 보지 않은 사람과 그 안에서 직접 삶을 살아낸 사람은 삶의 모양 자체가 다릅니다. 무언가 실행을 하고 그 안에서 살았다는 건, 그 삶 자체의 고통스러운 과정까지도 자기 삶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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