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또보기]

맛있고 예쁜 그림 딜리셔스: 프렌치 레스토랑의 시작 2022

나두매일 2022. 9. 9.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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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서정적인 프랑스 영화를 보았습니다. 배경은 18세기 프랑스, 백성들은 음식이 없어 먹을 수 없던 시절이었지만 귀족들은 고급스러운 요리로 지루함을 달래고 자신들의 위엄을 자랑하던 시기였습니다. 요리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요리사 망스롱(그레고리 가데부아)은 새로운 디저트를 선보이지만 혹평이 쏟아지자 샹포르(벤자민 라베른헤) 공작에게 해고됩니다. 

 

 

 

 

귀족에게 음식이란, 일반 백성들에겐 한낱 생존을 위한 수단일 뿐이며 자신들에겐 따분한 시간을 달래고 자신의 위엄을 높이기 위해 요리 경연과 품평을 늘어놓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누구나 생존 외 음식의 맛을 향유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귀족들에 의해 정해진 메뉴만 내어야 하는 것이 못마땅하던 망스롱의 시도는 보란 듯 해고의 구실이 되었습니다. 

 

 

 

누구나 원하는 음식을 원하는 방법으로 먹을 수 있는 곳

 

 

 

시골로 내려가 주막을 열고 지내던 중 요리를 배우겠다며 루이즈(이자벨 까레)가 나타납니다. 당시 주막이나 역차에서는 방문객에게 간단한 식사를 제공하는 정도였고 밖에서 음식을 먹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요리와 음식은 귀족을 위한 것이었기에 누구나 원하는 음식을 원하는 방법으로 먹을 수 있는 곳은 없었습니다. 정해진 메뉴에 만족을 못하던 망스롱은 그녀와 함께 일하면서 잊었던 요리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나고, 새로운 메뉴를 만듭니다. 주막을 고치고 식사를 할 수 있는 방을 만들고 빵을 굽습니다. 망스롱의 시골 주막은 첨자 입소문이 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빵을 굽고 주막을 운영해 번 돈은 모두 세금으로 걷어갑니다.

 

망스롱은 공작의 요리사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아들과 루이즈는 새로운 사업을 하도록 권유합니다. 귀족의 요리만 만들려는 망스롱에게 아버지가 요리사로서 날개를 활짝 펴기 바라는 아들과 루이스의 사업 제안으로 시작된 '식사하는 방' 만들기가 레스토랑의 시작이었다는 점은 흥미롭습니다. 귀족을 위해서만이 아닌 모두를 위해서 음식을 만들고 누구나 올 수 있는 음식점을 만든다는 발상은 당시 큰 파격일 수밖에 없었을 듯합니다. 

 

공작은 방문 약속을 보란 듯이 저버렸지만 남편의 죽음과 집안의 몰락으로 공작에게 복수를 하려던 루이즈의 사연을 듣고 망스롱은 새로운 디저트 메뉴 딜리셔스를 만들어 공작을 초대합니다. 공작이 감자요리 딜리셔스를 맛보는 순간, 모르는 사람들이 식당으로 몰려옵니다. 망스롱이 정오에 무료 점심을 제공하기로 한 식당엔 샹포르 공작도 참가한다며, 식탁이 만석이 될 거란 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은 금방 가득 찹니다. 샹포르 공작의 당황해하던 장면은 당시 사람들이 귀족에 대해 갖고 있던 반감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사소한 것이 모여 달콤한 기억을 만들지

 

 

영화의 소재는 요리지만 실제로는 당시 귀족들의 허영심과 뻔뻔함을 백성들의 생활고와 함께 대비해 보여주면서 망스롱과 루이즈 대 샹포르 공작의 긴장감 있는 이야기를 엮어 프랑스 시민혁명의 흐름과 자연스럽게 영상에 함께 담아냅니다.

 

 

 

프랑스 영화는 어딘가 좀 엉뚱하고 이해 불가한 소재나 이야기인 경우가 종종 있어서 정서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마치 그림책을 한 페이지씩 넘겨가며 세세하게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18세기 프랑스에서 먹던 당시 음식의 모습과 조리도구, 귀족 저택의 부엌 풍경, 요리과정, 그릇 플레이팅의 화려함이 보는 재미를 더해 줍니다. 계절마다 변하는 프랑스 시골 풍경 화면 배경의 색감과 느린 풍경을 보면서 모처럼 여유를 갖게 됩니다. 

 

식사하는 방을 크게 만들고 식탁마다 자신만의 속도로 먹으며 맛을 즐길 수 있게 다양한 음식을 선보이는 공간, 즉 맛을 위한 공간에서 다양한 손님에게 깔끔한 식사를 제공하며 요리의 역사가 세상의 변화와 함께 발전해 가는 과정을 아름답게 보여준 영화였습니다. 맛있고 아름다운 그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새로운 음식을 먹어도 어느 순간, 살면서 먹어본 '기억 속의 맛'을 가끔 생각할 때가 있습니다. 추억처럼 남아 있는 맛을 보통 우린 '집밥'에서 떠올리는 것 같습니다. 망스롱의 말처럼 '사소한 것이 모여 달콤한 기억'을 만들어내는 마술의 힘이 요리엔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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