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잡多]

[짧은 생각] 부족한 것과 싫어하는 것

나두매일 2025. 9. 10.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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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어도 이렇게 까다롭고 호불호가 분명한 사람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나이를 먹고도 이렇게 부족한 것과 배울 것이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젊은 날의 치기로, 세월이 지나면 나 또한 성숙한 어른이 되어 있을 자신이 있었고 마음의 여유도 부족한 마음 한 켠을 채우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서야 알게 됩니다. 그건 시간이 해결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움직이는 세상의 다면체를 볼 줄 모른 채 결정과 선택의 지점에서만 살아온 사람처럼 가끔 앞과 뒤만 쳐다볼 때가 있습니다.

 

 


 

지나고 보니, 살면서 내가 부족한 것은 용기였습니다. 그 자리에 주저앉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용기 내지 못해서 결국 지금까지 하고 싶은 것대로, 살고 싶은 방향으로 살지 못했다는 것을 아프게 인정합니다. 그나마 그라도 알아채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게 용기를 낸 것이 다행입니다.

 

 

 

 

알아채지 못해서 소모하는 시간들

 

내가 싫어하는 것은 똑똑한 것입니다. 세상 쓸데없는 것 중 하나로 그저 똑똑하기만 한 것을 혐오합니다. 어디에 갇힌 것처럼 숨죽이다가도 가끔 상상 못 할 해악을 끼치는 똑똑함이 싫습니다. 또 내가 싫어하는 것은 부조리한 것입니다. 난 상식이 중요한 사람이지만 그 상식이 무던히 역할하는 시간은 무척 짧았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상식이 통하면 화낼 일이 없지 않았을까요? 상식이 자주 사라지면서 주변은 거칠어고 많은 사람들이 위협을 느끼며 삽니다.

 

 

그런 점에서 지금 돌아보면 사회생활은 참 무익했고 오히려 유해했습니다. 관계의 피곤함으로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했습니다. 물리적인 세상의 힘, 경제력 때문에 사람이 사느냐 죽느냐로 몰릴 수도 있습니다. 나 또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꽤 긴 시간을 힘들게 지나왔고 아직도 해결 중이지만, 그럼에도 엄밀히 생각해 보면 살아가는 데 많은 것이 필요하진 않습니다. 스스로 만족할만한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만 안다면. 다만 스스로 그 범위를 정하지 못해서, 혹은 그것의 크기를 알아채지 못해서 - 필요 이상 욕심내고 필요 이상 경쟁하고 또 필요 이상 안달박달 하는 삶이 너무 많습니다. 자신을 돌아볼 틈도 없이 대부분의 시간을, 삶을 소모하고 갉아먹는 것으로 보냅니다. 절대적으로, 고고한 삶은 없습니다. 늘 지저분한 진흙탕에서 구르느라 젖지 않는 발은 없지만 그 사이 어디 한 곳쯤 그래도 젖지 않게 몸을 돌볼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 삶인 것 같습니다. 진흙탕에 굴러도 젖지 않은 곳은 늘 존재하지만 그것마저 무시해선 삶이 너무 고달파집니다.

 

 

 

 

삶에도 연습이 있었다면 달라졌을까

 

한때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채지 못했을 무렵부터 생각이 많아지고, 그게 빌미가 되어 이도저도 못한 채 시간을 버리는 일이 잦았습니다. 계속되는 생각이 생각의 깊이로, 성숙한 인격으로 나아가는 과정인 줄 알았지만 그건 착각이었습니다. 단순하게 생각할 줄 몰랐던 시기였고 단순한 방식으로 바뀌기까지 꽤나 오랜 연습이 필요했었습니다. 한 가지에만 집중하는 습관, 그 한 가지를 다각도로 생각하는 습관이 만들어지기까지 상상 못 할 속도로 시간이 가버렸다는 걸 늦게 깨닫습니다. 나에게만 오로지 집중하는 연습은 꽤나 한참 뒤 생활의 복잡함이 조금씩 무력해지면서 가능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아이들이 자라고 난 이후였던 것 같지만 그땐 다시 생각하는 방식부터 시작해야 했습니다. 한동인 놓아버렸던 것을 처음처럼 시작하는...... 이 무슨 시간의 낭비였을까요? 삶에도 연습 과정이 있었다면 조금 더 소모의 시간이 줄어들었을까 싶지만 어차피 일회성을 사느라 어쩔 도리는 없습니다.

 

 

이유 없이 깔깔대며 울음 같은 웃음을 멈추지 못하는 아이들 웃음소리와 표정들, 안달하지 않는 태도와 무심함을 좋아합니다. 모든 것을 씻어버리는 새로운 포말의 바다와 파도, 하염없이 돌아가는 강아지 꼬리, 이런 단순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육십 년을 살도록 자신에 몰입한 시간이 초단위만큼이나 짧았다는 건 그동안 용기 내지 못했던 대가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젠 그럴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니 마음도 가지런해집니다.

 

 

 


 

세상이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고 탓하는 것을 싫어합니다. 자립적이지 못한 사고를 싫어합니다. 무언가 낭비한다는 느낌이 들면 참지 못합니다. 어떻게든 생각이나 생활 속에서 계기를 만들어 방향을 전환시켜야 합니다. 그 덕으로 난 여전히 고약한 사람으로 살 수밖에 없습니다.

 

 

 

2025.07.18-[짧은 생각] 세상이 '나'를 대하는 자세

 

[짧은 생각] 세상이 '나'를 대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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