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개는 나이를 먹고 회사 생활을 정리해야 하는 시점, 아무리 길어야 50대들에게 반드시 닥치는 현실입니다. 대부분의 50대들은 고령의 부모와 자식들 사이에서 샌드위치처럼 살아가느라 여전히 힘이 듭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의 몸도 점점 노쇄해지고 의욕도 많이 떨어집니다. 직장을 다니다가 퇴직(은퇴 포함)을 하면 제일 먼저 숨만 쉬어도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과 넘쳐나는 시간이 양손에 주어집니다.
혹시, 누구신지... 저, 알아요?
정보에서도 조금은 소외된 나이에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 위험이나 가능성을 저울질하며 자꾸 망설이게 합니다. 기분 좋은 외식도, 신나는 야구나 축구 구경도, 오랜만의 여행 계획도 모두 마음만 있을 뿐 실행 앞에서는 자꾸만 작아집니다. 혼자서 뭔가를 시작하거나 실행하기엔 너무 많은 편리성 속에 디지털이 숨쉬듯 버티고 있고 분명히 절차가 눈에 보이지만 손은 움직이지 못합니다. 단순히 용기만으로 할 수가 없습니다.
뉴스에서 보는 보이스피싱, 스미싱은 대개 연령대가 높은 사람들 혹은 사회 경험이 없는 젊은 사람들이 타깃입니다. 신기한 것은 퇴직을 하고 그동안 오지 않던 전화들이 한꺼번에 오나?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끊임없이 들어옵니다. 대개는 그냥 받고 바로 끊어버리다 어느 순간 대체 뭐길래 그럴까 싶어 들어보기 시작했습니다. 보험, 은행, 카드, 정수기, 통신사, 병원, 그 외 알지 못하는 회사들... 등등 종류도 참 많습니다. 이렇게 많은 것들에 얽혀 살고 있구나 놀라웠습니다. 어느 것은 필요하고 어느 것은 언제인지도 모르게 오래된 곳들, 그 외 알지도 듣지도 못하는 곳의 연락들... 금방 피곤해집니다.
한국말이 분명한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
문제는 이런 종류의 전화들은 자기들이 목적을 갖고 연락을 해 놀고 막상 연결이 되면 무엇 때문에 연락을 했나 싶을 만큼 무례합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습니다. 말투에서 나중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알려줍니다. 무례하게.... 빠른 말투와 현혹하는 이상한 용어들은 일반인들이 듣고 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사회 경험이 부족한 사회 초년생들, 혹은 사회생활을 일찍 마무리해 사회와 거리가 있는 퇴직 후의 사람들, 좀 더 오래전 사회에서 멀어진 사람들은 마치 귀신에 홀리기라도 한 것처럼 끌려갈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일부러 들어봤습니다. 무례한 말투, 우격다짐 같은 화법, 그것도 안 통한다 싶으면 은근 반발 까는 방식, 듣는 사람이 잘 모른다는 식의 무시, 세상을 알려주는 척 물건 파는 방식, 9990원 판매 방식인 지금이 마지막 찬스라는 것들까지 나름의 스킬은 다양합니다. 하지만 아, 세상이 왜 이리 나에게 무례한가?! 상대방은 혼자 빠르게 뭔가를 설명하고 답을 요구합니다. 강제는 아니라면서도 거절을 했을 때 돌아온 답은, '이렇게 좋은 기회를 줬는데도 왜 거절하냐'는 반응과 '모두에게 혜택을 주려는 의도'라는 추가 설명을 합니다. 결국은, '그 혜택 너 가져라, 그리고 솔직하게 영업하라, 그런 선택 사항을 내가 당신 영업에 동의할 이유가 없다.'라고 하니 전화를 끊어버립니다. 고객들의 개인정보는 이미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은 곳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들의 표현대로 랜덤 하게 돌리는 전화라 하더라도, 이미 타깃을 정해놓고 하는 이 행위는 교묘하게 법망을 피하고 있어서 직접적인 제재를 받지 않고 여전히 성업 중입니다.
마침 퇴직을 한 시점 이후의 심리적 변화와 휴식을 취하는 동안 유달리 비슷한 나이의 분들이 (개인 블로그 포함) 유입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비슷한 연령대의 부모들과 지내는 자식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동안 대부분의 오십 대들은 살아내느라고 꽤 많은 부분에서 소외되어 있었구나 느낍니다. 어느새 눈앞에 닥친 신체의 무너짐을 함께 달고 살아야 하는 현실은 어쩌면 스스로 내면의 많은 것을 또 포기하게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우리가 견뎌온 그동안의 시간과 노고들은 세상이 함부로 할 대상이 아닙니다.
굳이 니체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린 이제부터라도 자신을 아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들은 웬만한 것은 스쳐 지나가야 합니다. 세상의 요란함에 의연할 수 있어야 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세상을 향해 그간의 어정쩡함은 과감히 버려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살아있는 한 끊임없이 변해가는 세상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2025.05.13-[짧은 생각] 고민 많은 50대들,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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