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두드러진 수학 능력을 가진 캐서린 존슨(타라지 p. 헨슨), 도로시 본(옥타비아 스펜서) , 메리 잭슨(자넬 모네) 은 흑인 여성으로 최초로 NASA에 채용됩니다. 세 사람이 함께 출근하던 중 고장 난 차 때문에 경찰과 나눈 대화를 보며 무의식적으로 위축되는 그들의 현실이 안타까웠고 NASA에 근무하는 그들을 에스코트해 주는 경찰의 과한 친절에 쓴웃음이 납니다. 그들의 실제 이야기가 지금 세상에서 얼마나 달라져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영화는 타고난 수학적 능력을 가진 캐서린, 도로시, 메리 3명의 흑인 여성들이 NASA의 최초 우주궤도 비행 프로젝트를 함께 하며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궤도를 직접 계산해야 하는 캐서린, 하지만 유색 인종으로서 공용커피도 마실 수 없고 화장실조차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고 섬세하게 모든 생활 곳곳에서 차별을 견뎌야 합니다. 도로시 역시 부재하는 주임의 업무와 직원들 관리를 하지만 승진은 꿈도 꾸지 못합니다. 러시아와의 우주 개발 경쟁에 혈안이 된 미국, 능력이 우선시되어야 함에도 흑인여성 엔지어는 불가능하다며 NASA의 온갖 규정을 들이밀지만, 메리는 흑인여성 최초로 NASA 엔지니어를 꿈꾸며 그 단단한 벽을 향해 나아갑니다.
네가 감당 못할 일은 없단다
혼자 세 아이를 키우는 캐서린과 그 옆을 묵묵히 지키는 엄마, 고되고 어렵지만 늘 자신들의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세상에 감당 못할 일은 없다는 엄마의 묵직한 응원은 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합니다. 우린 먼저 선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은데 많이 달랐습니다. 공립도서관조차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지만 끊임없이 배워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도로시 역시 바르게 행동했으면 떳떳한 거라며 아들에게 설명하는 당당함이 보기 좋습니다. 똑같이 세금을 내는 시민으로서 자신의 권리에 당당하라고 말합니다. 컴퓨터 시스템의 등장으로 자신들이 실업자가 될 위기에 처하자 도로시는 자신이 먼저 익힌 컴퓨터 지식을 동료들과 함께 나누며 새로운 환경에 대비합니다. IBM 시스템을 아무도 다룰 줄 모르던 때 도로시는 그렇게 책임자가 됩니다.
이들은 모두 남들이 혹은 세상이 안된다고 할 때 꿈을 꾸고 자기 길을 찾아갑니다.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그 과정에는 사실 흑인이라는 인종도 여성이라는 성별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세상이 변하는 과정에는 관습적인 것에서 벗어날 때의 두려움이나 세상의 벽을 깰 줄 아는 리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알 해리슨(케빈 코스트너)은 매번 계산원이 자주 바뀔 정도로 괴팍하고 피곤한 성격이지만 캐서린의 능력을 알아보는 안목을 보여줍니다. 캐서린이 유색 인종으로서 화장실조차 사용할 수 없는 악조건에 놓인 것을 깨닫고 인간의 생리적인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게 하는 인종차별의 벽을 시원하게 부숴버립니다. 문제는 결국 이런 '파격'으로 해결이 시작됩니다. 이렇게 세상은 그래도 앞으로 조금 더 나아갑니다. 인간의 편견과 차별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것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우주 비행을 나선 존 글렌(글렌 포웰) 역시 자칫 자신이 위험할 수 있는 순간에, 캐서린이 숫자를 확인하고 옳다고 하면 출발하겠다며 신뢰하고 안심하는 장면을 보며 인간의 한계와 인간에 대한 신뢰의 끝은 없다는 걸 확신하게 됩니다. 세상엔, 가끔씩 숫자로 말할 수 없는 것을 인간적인 신뢰가 가능하게 하는 것들도 존재합니다.
우리가 앞서나갈 기회만 생기면 결승선을 옮긴다니까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큰 벽에 부딪혔을 때 그 방법은 단순해집니다. 규정에 맞지 않으니 포기하거나 규정에 맞게 나아가거나. 규정에 맞지 않아 엔지니어의 꿈을 꺾어야 할지도 모르는 순간, 메리는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 햄프턴 고교(백인학교) 수강 청원을 위해 법원에 판단을 요구합니다. 무조건 자신들에게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백인들의 명백한 차별을 깨버리기 위해 메리 잭슨은 -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 감정대신 차분하고 냉정한 논리로써 판사의 허락을 받아냅니다.
인종 차별과 성적 차별로 이중 차별을 깨야하는 현실은 녹록지 않지만 세 사람은 특유의 유쾌함을 자주 보여줍니다. 슬픔이 많은 사람일수록 유머와 해학이 넘친다고 했던가요? 힘들게 살아보지 못한 사람은 유머를 모릅니다. 자신의 비현실적인 괴로움과 힘든 순간을 잠시라도 잊고 새로운 마음을 갖기 위한 나름의 방법이 유머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뻔하게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성공한 세 여지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들이 대단하게 여겨지는 것은 인생을 대하는 그들의 자세에 있습니다. 기존의 벽에 스스로 부딪히며 하나씩 깨어내는 속 시원함, 통쾌함을 보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우린 주어진 조건에 너무 쉽게 무너지고 고개 숙이고 있지는 않은가 반성합니다. 그들의 불가능해 보이던 꿈과 도전, 그것을 이루어내는 과정에서 교육의 힘이 무척 세다는 것을 그들을 통해서 배웁니다. 무엇에서건 첫 시작은 늘 무언가 무너져야 새것이 들어설 수 있습니다. 고인 물에 그저 새 물을 조금 더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까요. 무거울 수 있는 주제였지만 웃으며 따듯한 감동과 시작할 수 있는 힘을 느낍니다.
미국의 우주개발 과정에 참여한 흑인 여성들의 인권문제, 당당한 한 인간으로서 자리한 그들의 유쾌한 이야기는 감동 이상의 것을 바라보게 합니다. 질문도 모르면서 답을 찾아야 하는 순간, 아직 존재하지 않는 수학을 - 숫자 너머를 보고 숫자를 돌려봐야 하는 시간들처럼, 인생도 그 끝을 꿰뚫어 볼 수 있다면 무의미한 차별과 편견은 사라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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