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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 디지털 세상에 갇힌 일상

디지털의 편리함과 익숙함이 허를 찔린 날, 카카오톡이 멈추면서 주말이 지나치게 조용히, 그렇지만 소통하지 못한 채 어색하게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그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데이터 센터의 갑작스러운 화재로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가 멈추고 일상도 멈춰 섰습니다. 그동안 편리하게 사용하던 대부분의 플랫폼이 멈추고 글을 쓸 수도, 은행일을 볼 수도, 음악을 들을 수도, 결제를 할 수도, 택시를 잡을 수도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이 우리 일상에 촘촘히 들어와 있던 카카오 서비스가 무더기로 멈춘 순간에 느꼈던 생각을 잠시 정리해 봅니다. 디지털이 멈춰 세운 일상 2022년 10월 15일 오후 3시 29분부터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 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합니다. 카카오톡이 멈추고 ..

[일상잡多] 2022.10.18

흑백 영상이 주는 색깔 있는 추억, 벨파스트 Belfast 2022

는 밸파스트 출신 브래너 감독의 유년을 바탕으로 한 반자전적인 영화입니다. 1960년대 북아일랜드, 밸파스트를 배경으로 벌어진 종교 분쟁과 갈등을 어린 주인공 버디(주드 힐)의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나날이 불안과 공포가 커져가는 즈음 가족과 짝사랑하는 캐서린, 그리고 어쩌면 벨파스트의 골목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 9살 버디 인생에 위기가 시작됩니다. 저 오늘 하느님을 너무 많이 찾았어요. 맑은 날이면 골목에 나와 음악과 함께 춤을 추고 해질 녘이면 큰 소리로 아이들을 불러 저녁을 먹는 풍경, 흡사 우리가 살아온 골목 풍경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모두가 서로의 가족을 알고 함께 돌보며 아끼던 풍경이 흑백의 영상에 따듯하게 담겨 있습니다. '온 마을이 한 아이를 키운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1969년..

[영화 또보기] 2022.10.07

[짧은 생각] 술 권하는 사회에서 가스라이팅 하는 사회로

는 1920년대 발표된 현진건의 소설입니다. 절망적인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던 지식인들이 술주정꾼으로 전락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책임이 '술 권하는 사회'에 있다고 항변하던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작품입니다. 해방 이후에도 지속되던 술 권하는 사회가 최근엔 가스 라이팅 하는 사회로 변모하고 있는 듯합니다.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거나 세상과 다른 판단을 하게 되면 편향적인 생각을 기준으로 나머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의견이 잘못되었는지 의심하게 만드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거의 유행어(?)처럼 사용하지만 그 위험성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작은 경험들을 되짚어 잠시 생각해 봅니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 뉴스나 인터넷에 등장하는 경우는 대부분 종교 집단이나 남녀 간 연애사에..

[일상잡多] 2022.10.04

똑같이 아프지만 그래도, 릴리와 찌르레기 2021

는 아기를 잃은 부부가 슬픔과 상실감 속에서 고통을 견뎌내고 이겨내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평온한 가정에 찾아온 사랑하는 딸의 죽음, 부부는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에 빠지지만 각자의 슬픔을 견뎌내는 방식은 서로 다릅니다. 초등학교 미술교사인 잭 메이너드(크리스 오타우드)는 슬픔과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하지만 생각처럼 치유가 되지 못한 채 계속 깊은 슬픔에 잠겨있습니다. 병원을 나와 학교(직장)로 돌아가서 매일 아이들과 지낼 자신이 없습니다. 릴리가 방문 때마다 주고 가는 봉투 - 포장 지안에 스노볼? - 는 계속 쌓여가지만 잭은 차마 봉투를 열어보지 못합니다. 시간을 견뎌보는 중이지만 잭은 자신의 슬픔이 너무나도 커서 옆에 있는 아내 릴리 메이너드(멀리사 매카시)의 아픔을 미..

[영화 또보기] 2022.09.30

[짧은 생각] 말의 힘과 위험, 천박함에 대하여

보이지 않지만, 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힘이 셉니다. 한 사람이 쓰는 말은 그 사람의 생각과 그 사람 인격 자체를 의미합니다. 어릴 때 고운 말 바른말 교육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러니 하게도 '함부로 말하는 말 습관'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무척이나 관대한 편입니다. 심지어 말하는 사람이 나이를 좀 먹은 특정 성별일 경우엔 그 사람의 '말 습관'에 대해 설사 듣는 이가 불편하더라도 직접적으로 문제 삼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간혹, 듣는 이가 듣기 불편해서 불편함을 말하게 되면, 말하는 사람은 자신이 나쁜 의도가 전혀 없는데 듣는 사람이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적반하장입니다. 최근 ' 이 xx ' 영상 보도를 보면서 말의 위..

[일상잡多] 2022.09.27

아프리카에 스며드는 모차르트, 아웃 오브 아프리카 Out Of Africa 1986

한 여인의 내레이션으로 광활한 아프리카 풍경에 잔잔히 울려 퍼지는 모차르트 클라리넷으로 시작하는 영화, 는 고요하고 웅장한 자연의 모습으로 시작이 됩니다. 아이삭 디네센의 동명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광활한 아프리카 케냐를 배경으로 카렌(메릴 스트립)과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들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 원주민들과의 생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랑하진 않지만 남편과의 정략적인 결혼을 통해 '남작부인'이라는 위치와 마음에 안정을 찾고 싶었던 카렌은 결혼식을 위해 아프리카로 가던 중 우연히 아프리카 지역을 자유롭게 사냥하며 오가는 데니스를 만납니다. 아프리카에 도착한 카렌은 자신의 재력을 바탕으로 커피 농장을 운영하지만 시작부터 만만치가 않습니다. 남편은 농장 운영에 관심이 없고 사냥을 핑계로 밖..

[영화 또보기] 2022.09.23

[짧은 생각] '가족 공동체'의 의미에 대한 생각

추석 명절을 맞아 서울역에 사람들이 바삐 움직입니다. 짧은 연휴에도 내려가는 자식들, 올라오는 부모들 행렬이 코로나 발생 전과 비슷해 보입니다. 1년에 두 번 큰 명절이면 으레껏 보게 되는 풍경, 세상이 아무리 좋아져도 오고 가는 사람들의 손에는 커다란 선물들이 잔뜩 들려 있습니다. 가족을 만나는 마음이 그렇게 보입니다. 고향을 향한 행렬을 바라보며 부모 형제, 자매를 만나고 어떤 마음으로 돌아오게 될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와 관계는 어떤 것인지 잠시 생각해 봅니다. 가족끼리 뭘 그래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벌써 5년 이상 명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 명절이면 자녀들이 많이 다녀가는 곳입니다. 으레껏 그러려니 하지만 하루는 꼭 불편한 경험을 해야 합니다. 연휴가 시작..

[일상잡多] 2022.09.20

마지막 한 호흡, 어 마우스풀 오브 에어 A Mouthful of Air 2021

영화를 보는 내내 결말에 대한 걱정이 앞섰던 영화, 마음 졸이면서 끝까지 보아야 했던 영화, 입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연기가 좋았던 것일 수도, 아니면 그 마음 상태의 위험을 알 수 있기에 더 큰 걱정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널뛰기하듯 위험한 감정의 변화가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져서 고스란히 감수하면서 끝까지 봐야 하는 영화였고, 섬세한 슬픔이 잘 드러난 영화입니다. 부유한 거주지에서 가정적인 남편 이선(핀 위트 록)과 함께 사랑스러운 아이를 키우며 겉으로는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줄리아 데이비스(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베스트셀러 아동 도서 작가입니다. 일상은 평범해 보이지만,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도 문득문득 자신의 존재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고 아이에 대한 염려와 걱정으로 일상이 불안하기만..

[영화 또보기] 2022.09.16

[짧은 생각] 충격적으로 하루를 결석하고 나서,

복잡한 출근길, 다들 아침잠이 채 깨지도 못해 졸면서 가수면 상태(?)로 출근을 합니다. 규칙적인 지하철 소음과 출발, 도착역을 알리는 안내만 반복될 뿐인 지하철 한쪽에서 한 엄마가 통화를 시도합니다. 여러 번 반복한 이후에야 겨우 통화가 연결됩니다. 처음엔 들리지 않는 나직한 소리로 통화가 시작되었지만 여러 역을 지나면서 목소리가 잠시 커집니다. 조용조용 타이르듯 아마도 자고 있는 아이를 깨우는 듯합니다. 챙겨야 할 것들을 하나하나 불러주고 잠시 기다립니다. 자신의 출근길에 전화로 아이를 깨우고 등교시켜야 하는 엄마의 안타까운 마음을 잠시 생각해 봅니다. 출근에 등교시킨 아이는 학교에 잘 갔을까 지하철을 타고 5 개 역을 지나고, 대략 15여분이 지나도록 수차례 발신을 시도하고서야 정상적인 통화가 연결..

[일상잡多] 2022.09.13

맛있고 예쁜 그림 딜리셔스: 프렌치 레스토랑의 시작 2022

오랜만에 서정적인 프랑스 영화를 보았습니다. 배경은 18세기 프랑스, 백성들은 음식이 없어 먹을 수 없던 시절이었지만 귀족들은 고급스러운 요리로 지루함을 달래고 자신들의 위엄을 자랑하던 시기였습니다. 요리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요리사 망스롱(그레고리 가데부아)은 새로운 디저트를 선보이지만 혹평이 쏟아지자 샹포르(벤자민 라베른헤) 공작에게 해고됩니다. 귀족에게 음식이란, 일반 백성들에겐 한낱 생존을 위한 수단일 뿐이며 자신들에겐 따분한 시간을 달래고 자신의 위엄을 높이기 위해 요리 경연과 품평을 늘어놓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누구나 생존 외 음식의 맛을 향유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귀족들에 의해 정해진 메뉴만 내어야 하는 것이 못마땅하던 망스롱의 시도는 보란 듯 해고의 구실이 되었습니..

[영화 또보기] 2022.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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