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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 노인이 횡단보도 앞에서 날렵해지는 이유

저녁 무렵, 카톡으로 날아드는 생생한 현장 중계 문구들, "아, 할머니 무단 횡단하셔,...", "아니 왜 신호를 안 지키시지??"... 손주가 우연히 본 할머니의 무단 횡단은 꽤나 충격적이었나 봅니다. 버스 창 너머로 기운 없이 걸어가던 한 노인이 횡단보도를 향해 갑자기 돌진하는 장면을 본 것입니다. 더구나 그것이 '자신의 할머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노인들이 횡단보도만 보면 날쌔게 돌변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일까 궁금합니다. 어디서 그렇게 갑자기 힘이 불끈 솟는 걸까요? 할머니가 날아다니신다 같이 길을 가다가도, 나름 보폭을 맞추느라 애쓰고 있다는 걸 알기에 그에 맞춰 나도 걸음을 늦추고 있지만 어느 순간... 옆에 사람이 아. 무. 도. 없습니다. 엄마는 이미 건너편으로 건너가서 얼른 오라며 손짓..

[일상잡多] 2022.10.25

인생 2막의 우정

아침마다 매일 숨 쉬듯 출근하던 길이 달라져서, 가던 길 위에서 길을 잃고 어쩔 줄 몰라하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면? 상상이 가시나요? 의 찰리 번스(빌리 크리스털)가 그렇습니다. 코미디 작가로 황성하게 활동하던 찰리, 이젠 나이를 먹고 일선에서 조금 거리를 둔 시점이지만 치매 진단을 받고 기억을 위해 메모를 하고 자신만의 일상적인 루틴을 지키며 생활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외부의 요인으로 루틴이 깨져 두려워지는 순간 앞에 놓입니다. 처음엔 뭔지도 몰랐어요 '그냥 기억이 깜빡 깜박했죠.' 그렇게 시작이 되었습니다. 나이를 먹고 당연히 기억이 깜빡깜빡한 상황이 반복되고 늙었음을 실감하며 쉽게 넘어갔었지만 아들과 함께 대화를 하면서도 앞에 있는 남자가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당황스러운 순간이 옵니..

[영화 또보기] 2022.10.22

[짧은 생각] 디지털 세상에 갇힌 일상

디지털의 편리함과 익숙함이 허를 찔린 날, 카카오톡이 멈추면서 주말이 지나치게 조용히, 그렇지만 소통하지 못한 채 어색하게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그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데이터 센터의 갑작스러운 화재로 카카오의 모든 서비스가 멈추고 일상도 멈춰 섰습니다. 그동안 편리하게 사용하던 대부분의 플랫폼이 멈추고 글을 쓸 수도, 은행일을 볼 수도, 음악을 들을 수도, 결제를 할 수도, 택시를 잡을 수도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이 우리 일상에 촘촘히 들어와 있던 카카오 서비스가 무더기로 멈춘 순간에 느꼈던 생각을 잠시 정리해 봅니다. 디지털이 멈춰 세운 일상 2022년 10월 15일 오후 3시 29분부터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 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합니다. 카카오톡이 멈추고 ..

[일상잡多] 2022.10.18

흑백 영상이 주는 색깔 있는 추억, 벨파스트 Belfast 2022

는 밸파스트 출신 브래너 감독의 유년을 바탕으로 한 반자전적인 영화입니다. 1960년대 북아일랜드, 밸파스트를 배경으로 벌어진 종교 분쟁과 갈등을 어린 주인공 버디(주드 힐)의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나날이 불안과 공포가 커져가는 즈음 가족과 짝사랑하는 캐서린, 그리고 어쩌면 벨파스트의 골목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 9살 버디 인생에 위기가 시작됩니다. 저 오늘 하느님을 너무 많이 찾았어요. 맑은 날이면 골목에 나와 음악과 함께 춤을 추고 해질 녘이면 큰 소리로 아이들을 불러 저녁을 먹는 풍경, 흡사 우리가 살아온 골목 풍경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모두가 서로의 가족을 알고 함께 돌보며 아끼던 풍경이 흑백의 영상에 따듯하게 담겨 있습니다. '온 마을이 한 아이를 키운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1969년..

[영화 또보기] 2022.10.07

[짧은 생각] 술 권하는 사회에서 가스라이팅 하는 사회로

는 1920년대 발표된 현진건의 소설입니다. 절망적인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던 지식인들이 술주정꾼으로 전락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책임이 '술 권하는 사회'에 있다고 항변하던 당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 작품입니다. 해방 이후에도 지속되던 술 권하는 사회가 최근엔 가스 라이팅 하는 사회로 변모하고 있는 듯합니다.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거나 세상과 다른 판단을 하게 되면 편향적인 생각을 기준으로 나머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의 의견이 잘못되었는지 의심하게 만드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거의 유행어(?)처럼 사용하지만 그 위험성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작은 경험들을 되짚어 잠시 생각해 봅니다.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 뉴스나 인터넷에 등장하는 경우는 대부분 종교 집단이나 남녀 간 연애사에..

[일상잡多] 2022.10.04

똑같이 아프지만 그래도, 릴리와 찌르레기 2021

는 아기를 잃은 부부가 슬픔과 상실감 속에서 고통을 견뎌내고 이겨내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평온한 가정에 찾아온 사랑하는 딸의 죽음, 부부는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에 빠지지만 각자의 슬픔을 견뎌내는 방식은 서로 다릅니다. 초등학교 미술교사인 잭 메이너드(크리스 오타우드)는 슬픔과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하지만 생각처럼 치유가 되지 못한 채 계속 깊은 슬픔에 잠겨있습니다. 병원을 나와 학교(직장)로 돌아가서 매일 아이들과 지낼 자신이 없습니다. 릴리가 방문 때마다 주고 가는 봉투 - 포장 지안에 스노볼? - 는 계속 쌓여가지만 잭은 차마 봉투를 열어보지 못합니다. 시간을 견뎌보는 중이지만 잭은 자신의 슬픔이 너무나도 커서 옆에 있는 아내 릴리 메이너드(멀리사 매카시)의 아픔을 미..

[영화 또보기] 2022.09.30

[짧은 생각] 말의 힘과 위험, 천박함에 대하여

보이지 않지만, 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힘이 셉니다. 한 사람이 쓰는 말은 그 사람의 생각과 그 사람 인격 자체를 의미합니다. 어릴 때 고운 말 바른말 교육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러니 하게도 '함부로 말하는 말 습관'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무척이나 관대한 편입니다. 심지어 말하는 사람이 나이를 좀 먹은 특정 성별일 경우엔 그 사람의 '말 습관'에 대해 설사 듣는 이가 불편하더라도 직접적으로 문제 삼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간혹, 듣는 이가 듣기 불편해서 불편함을 말하게 되면, 말하는 사람은 자신이 나쁜 의도가 전혀 없는데 듣는 사람이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오히려 화를 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적반하장입니다. 최근 ' 이 xx ' 영상 보도를 보면서 말의 위..

[일상잡多] 2022.09.27

아프리카에 스며드는 모차르트, 아웃 오브 아프리카 Out Of Africa 1986

한 여인의 내레이션으로 광활한 아프리카 풍경에 잔잔히 울려 퍼지는 모차르트 클라리넷으로 시작하는 영화, 는 고요하고 웅장한 자연의 모습으로 시작이 됩니다. 아이삭 디네센의 동명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광활한 아프리카 케냐를 배경으로 카렌(메릴 스트립)과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들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 원주민들과의 생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랑하진 않지만 남편과의 정략적인 결혼을 통해 '남작부인'이라는 위치와 마음에 안정을 찾고 싶었던 카렌은 결혼식을 위해 아프리카로 가던 중 우연히 아프리카 지역을 자유롭게 사냥하며 오가는 데니스를 만납니다. 아프리카에 도착한 카렌은 자신의 재력을 바탕으로 커피 농장을 운영하지만 시작부터 만만치가 않습니다. 남편은 농장 운영에 관심이 없고 사냥을 핑계로 밖..

[영화 또보기] 2022.09.23

[짧은 생각] '가족 공동체'의 의미에 대한 생각

추석 명절을 맞아 서울역에 사람들이 바삐 움직입니다. 짧은 연휴에도 내려가는 자식들, 올라오는 부모들 행렬이 코로나 발생 전과 비슷해 보입니다. 1년에 두 번 큰 명절이면 으레껏 보게 되는 풍경, 세상이 아무리 좋아져도 오고 가는 사람들의 손에는 커다란 선물들이 잔뜩 들려 있습니다. 가족을 만나는 마음이 그렇게 보입니다. 고향을 향한 행렬을 바라보며 부모 형제, 자매를 만나고 어떤 마음으로 돌아오게 될지,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와 관계는 어떤 것인지 잠시 생각해 봅니다. 가족끼리 뭘 그래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벌써 5년 이상 명절을 보내고 있습니다. 노인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 명절이면 자녀들이 많이 다녀가는 곳입니다. 으레껏 그러려니 하지만 하루는 꼭 불편한 경험을 해야 합니다. 연휴가 시작..

[일상잡多] 2022.09.20

마지막 한 호흡, 어 마우스풀 오브 에어 A Mouthful of Air 2021

영화를 보는 내내 결말에 대한 걱정이 앞섰던 영화, 마음 졸이면서 끝까지 보아야 했던 영화, 입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연기가 좋았던 것일 수도, 아니면 그 마음 상태의 위험을 알 수 있기에 더 큰 걱정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널뛰기하듯 위험한 감정의 변화가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져서 고스란히 감수하면서 끝까지 봐야 하는 영화였고, 섬세한 슬픔이 잘 드러난 영화입니다. 부유한 거주지에서 가정적인 남편 이선(핀 위트 록)과 함께 사랑스러운 아이를 키우며 겉으로는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줄리아 데이비스(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베스트셀러 아동 도서 작가입니다. 일상은 평범해 보이지만,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도 문득문득 자신의 존재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고 아이에 대한 염려와 걱정으로 일상이 불안하기만..

[영화 또보기] 2022.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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