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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260

나, 다니엘 블레이크 I, Daniel Blake 2016

우린 인간이기에 비록 지금 당장은 힘이 들어도 나중에는 좀 더 나은 인생이길 바라며 희망을 안고 살아갑니다. 과정에서야 나락도 떨어지고 오랫동안 멈춰야 할 때도 있습니다. 아무도 장담할 수 없고 아무도 계획 그대로를 살아내지는 못하지만 또 전혀 생각지 못한 결과의 현실에 놓일 수 있는 것 또한 인생의 다른 한 면입니다. 아무리 노력을 했더라도 말이죠. 성실하게 자신의 삶을 꾸리고 살다가 사랑하는 가족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혼자 남은 노년의 삶, 자신의 몸마저 병들어 일할 수 없을 때의 삶이란 어떤 것일까요? 자신이 이루어온 것이 마치 풍경처럼 고요해지고 멀리 바라봐야 할 때가 옵니다. 삶이 마른 풀잎처럼 바스락 거리며 활기를 잃어갈 때 한 번쯤 세상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늙고 병든 몸과 생각은 빠르..

[영화 또보기] 2025.08.29

[삶이 변하는 순간들] 지금, 살만한가요?

유난히 덥던 올해 한여름, 오후 두 시. 햇볕은 가만히 서 있는 것조차 힘들 만큼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아스팔트는 검게 달궈져 아지랑이가 피어올랐고, 그 위로 올라오는 뜨거운 열기는 신발 너머 발끝을 타고 온몸 구석구석으로 퍼지고 있었습니다. 숨은 점점 가빠지고 온몸이 축 늘어집니다. 땀방울은 이마에서 목덜미로, 그리고 등줄기를 타고 멈출 줄 모른 채 흐릅니다. 이른 아침 일터로 향하던 시간을 떠올리며 간신히 버텨보지만 본격적으로 열기가 올라오는 시간엔 목이 바싹 말라서 침을 삼키는 것조차 고통처럼 느껴집니다. 한여름, 인생을 바꾼 물 한 모금 그때, 누군가 건넨 차가운 유리컵이 손에 닿습니다. 유리 겉면에 얼음물 물방울이 차갑게 맺혀 손끝을 식힙니다. 화상을 입은 듯 뜨거운 손가락을 타고..

[Moment_순간들] 2025.08.20

[삶이 변하는 순간들] 당신의 하루에도 꼬리가 있나요?

혹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나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느껴본 적이 있나요? 말은 하지 않지만, 눈빛 하나만으로 “오늘도 같이 있어줘”라고 속삭이는 순간이 그렇습니다. 다행히 저는 그 순간을 매일 아침 맞이합니다. 아침 6시. 알람이 울리기 전, 발끝에 전해지는 작은 무게가 저를 깨웁니다. 이불속으로 스며드는 따뜻한 체온, 부드럽게 간질이는 촉감. 고개를 들어보면 침대 아래에서 꼬리를 살살 흔드는 갈색 털뭉치, 제 반려견 뭉치가 있습니다. 뭉치의 눈빛은 언제나 분명합니다. “산책 갈 시간이야.”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첫 햇살 속에서, 그 눈은 이미 하루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알립니다. 뭉치와의 인연은 불과 2년 여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때 제 집은 너무 조용했습니다. 웃음소리도, ..

[Moment_순간들] 2025.08.11

[짧은 생각] 세상이 '나'를 대하는 자세

대개는 나이를 먹고 회사 생활을 정리해야 하는 시점, 아무리 길어야 50대들에게 반드시 닥치는 현실입니다. 대부분의 50대들은 고령의 부모와 자식들 사이에서 샌드위치처럼 살아가느라 여전히 힘이 듭니다. 거기에 더해 자신의 몸도 점점 노쇄해지고 의욕도 많이 떨어집니다. 직장을 다니다가 퇴직(은퇴 포함)을 하면 제일 먼저 숨만 쉬어도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과 넘쳐나는 시간이 양손에 주어집니다. 혹시, 누구신지... 저, 알아요? 정보에서도 조금은 소외된 나이에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한 위험이나 가능성을 저울질하며 자꾸 망설이게 합니다. 기분 좋은 외식도, 신나는 야구나 축구 구경도, 오랜만의 여행 계획도 모두 마음만 있을 뿐 실행 앞에서는 자꾸만 작아집니다. 혼자서 뭔가를 시작하거나 실행..

[일상잡多] 2025.07.31

추락의 해부 Anatomy of a Fall 2024

오랜만에 섬세한 영화를 봤습니다. 프랑스 특유의 (조금은 피곤한) 논리들을 볼 수 있었고 오랜만에 영화 음악에 귀 기울일 수 있었습니다. 문득, 우리가 생을 견디는 힘은 무엇인가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인간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불안을 스스로 자초하는 이유는 또 뭘까요? 살다가 아무도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들에 정면으로 마주하게 될 때,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나요? 영화는 마치 의 프랑스 버전 같습니다. 삶의 순간들을 낱낱이 해부해 가는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멋진 설경이 펼쳐진 프랑스의 한 마을, 고즈넉한 풍경이 인상적입니다. 평화로워 보이는 그 풍경 속에 한 가족의 남편이 추락사합니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추락으로 아내 산드라(산드라 휠러)는 유력한 용의자가 됩니다. 유일..

[영화 또보기] 2025.07.21

[짧은 생각] <지식인을 위한 변명> 도 '변명'할 수 없는,

지식인知識人* 일정한 수준의 지식과 교양을 갖춘 사람. 또는 지식층에 속하는 사람. 무엇을 배웠다고 해서, 숱한 지식을 쌓았다고 해서 그들이 무엇을 하리라는 기대는 정당한가요? 지식을 쌓은 것이 세상살이에 주는 도움보다 그 당사자의 삶에 더 큰 효용성이 있는 것은 아닌가요? 사실, 우리가 갖고 있는 지식인에 대한 허상, 그들은 생각보다 무력합니다, 무력한 존재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갖고 있는 그들에 대한 기대와 효용이 그들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지도 못하고 그들의 개인 이익에 보상을 줄 수도 없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역사적으로 지식인은 늘 존재해 왔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예전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대학생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지금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뭔가 많은 공부를 할 것 같고, 사회의 부조리..

[일상잡多] 2025.07.12

소년의 시간 Adolescence

넷플릭스에서 영국드라마 4부작 은 너무도 충격적입니다. 청소년기 아이들의 학교 생활과 그들의 생각을 보는 내내 놀랍고, 마음이 무겁고, 막막했습니다.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해서 영국의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을 학생들이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정치권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교육청에서 판권을 사고 중고교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보게 했다는 것도 놀랍고, 원 테이크의 연출 기법도 굉장히 신선(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합니다.)했습니다. 전 세계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또 하나의 질병 혹은 재앙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이들의 현실이 고스란히 그려지고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SNS만 문제인가요? 부모들의 교육이 문제인가요? 아무도 모르게 아이들은 괴물로 자라고 공동체에서 우린 똑같은 괴물을 길러내고 있는 ..

[영화 또보기] 2025.06.27

[짧은 생각] 아줌마에요, 그런데... 아줌마가 싫어요

사실 TV는 거의 보지 않지만, 가끔 1박 2일 프로그램을 한때 챙겨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럭저럭 재미도 주었지만 출연자의 한 마디로 결국 보지 않기로 결정했었습니다. 프로그램의 포맷은 항상 서바이벌 게임처럼 살아남기 위해서 혹은 밥을 먹기 위해서 다양한 종류의 게임을 하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매사에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습니다. 뭐 인생도 그러니 그러려니 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공공연하게 '나만 아니면 돼~'를 외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인간의 말과 행동은 그냥 나오지 않습니다. 그 사람의 경험과 삶이 그대로 녹아 있습니다. 그래서 속일 수가 없습니다. 설사 프로그램에서 재미를 위해 했다고 하더라도 공중파에서 공공연히 '나만 아니면' 상대가 어찌 되든 상관없다는 말이 그렇게 무책임해 보일 ..

[일상잡多] 2025.06.21

투모로우 The Day After Tomorrow 2004

분노한 자연 앞에서 인류의 무력함을.. 인류는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지구의 자원을 맘대로 쓸 권한이 있다고.. 하나.. 그건.. 오만이었습니다. 영화가 민들어지던 즈음엔, 해외에서 자연재해나 지구 살리기 운동을 시작했을 땐 남의 나라 이야기인 줄 알았습니다. (사실은 정보력 부족이었지만) 내가 사는 세상에서는 아직 괜찮았고 우린 아직 더 나은 생활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던 시기였기에 체감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세상은 그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에 대해서 미온적이었고 그 결과는 점점 사람들이 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그 과정에 대한 요약본일지, 는 섬뜩한 미래를 그리고 있습니다. 2004년에 만들어진 영화, 벌써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경고가 유효합니다. 세상 곳곳에 자연재해는 ..

[영화 또보기] 2025.06.07

[짧은 생각] 고민 많은 50대들, 현실은...

100세 인생이 공공연한 세상살이에서 나이 오십 대는 딱 절반을 산 나이 즈음입니다. 마라톤으로 생각하면 터닝 구간 즈음일까요? 산의 중턱쯤 오른 상태일까요? 마라톤은 42.195가 아니더라도 하프만 할 수 있습니다. 산을 오르는 것도 정상을 욕심내지 않는다면 간 거리만큼에서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삶은 그와 다릅니다. 가다가 도중에 멈출 수도 없고 갑자기 가기 싫다고 되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시작된 것이고 가야만 하는 것이고 그 안에서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그렇지만 열심히 가던 사람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급작스러운 멈춤을 당할 때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삶에는 에누리가 없습니다. 다시 시작해야 할 시간이지만, 대개는 나이를 먹고 회사 생활을 정리해야 하는 시점, 아무리 ..

[일상잡多] 2025.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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