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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생각] 아는 맛인데, 왜 그런지 그때 그 맛은 아니야

지난 시간을 추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어떤 것은 냄새로 때론 맛으로, 또 어떤 때는 그저 그림처럼 단순한 이미지로 혹운 소리로... 그중 개인적으로 맛에 대한 기억이 특히 강렬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들 '집밥'을 잊지 못하는 게 아닐까요? 뜻하지 않은 순간에 문득, 여러 가지 그동안 먹어본 맛들 중에서도 멋지고 화려한 요리가 아닌 참 어처구니없고 심지어 음식에 대한 이름조차도 존재하지 않는 그런 음식들이 먹고 싶은 건 뭘까요? 힘들 때 먹었던 음식을 다시 맛보는 건 힘들던 시간이 떠올라 이것저것 갖은 야채를 잔뜩 넣고 김칫국처럼 끓여 먹던 모양 비뚤 빼뚤하던 뜨끈한 수제비나 고구마에 밀가루와 온갖 콩을 다 넣고 단짠단짠 하게 버무려 먹던 범벅들.... 나중에 어른이 되고 나서 한번 시도..

[일상잡多] 2023.04.04

기억은 사라져도, 스틸 앨리스 Still Alice

한 가정의 아내와 세 아이의 엄마로, 성공한 대학의 언어학 교수로 중년이 된 앨리스(줄리안 무어). 어느 날 문득 멈춰야 하는 순간들이 자주 반복됩니다. 매일의 루틴이지만 조깅을 하던 중 길을 잃어 자신이 어디쯤 있는지 주변을 둘러보게 되고, 가족과 한 약속과 이야기를 반복해서 되묻곤 합니다. 요리를 하다가도 과정이 생각나지 않고, 강의 주제가 기억나지 않아 정상적인 수업이 어려워집니다. 일상 일상생활에서도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애를 먹습니다. 나이를 먹고 누구나 노화를 피해가진 못합니다. 안간힘을 쓰더라도 결국 맞이하게 되는 노년. 누구보다 건강하게 나이 들고 싶고 품위를 유지하고 싶지만 유전적인 조발성 알츠하이머라는 선고를 받은 앨리스는 절망합니다. 뇌가 죽어가는 기분이야!!!!..

[영화 또보기] 2023.03.31

[짧은 생각] 사과와 변명 사이에서...

모든 관계가 무난하면 좋지만 살다 보면 그런 무난한 날보다 티격태격하며 문제와 갈등이 발생하는 날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래도 함께 하고 관계 유지를 위해 문제 해결을 하려고 시도합니다. 그 시작은 사과를 하는 것입니다. 오해가 되었던 잘못이 되었던 잘잘못을 따지게 되면 누군가는 반드시 사과를 해야 하는 순간이 옵니다. 하지만 미안하다, 잘못했다는 사과의 말을 전하기 까지가 참 쉽지 않습니다. 더더구나 사과를 하고 난 이후에도 상대방과의 관계가 다시 전 같지 않다면 또 다른 고민에 빠집니다. 뭐가 잘못된 걸까? 미안하다는 말로는 부족한가? 잘못을 한 사람은 대개(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자신의 잘못이 너무 명확하거나 잘못을 인정하는 행위 자체가 쑥스러워서, 혹은 자신이 약해 보일까 봐 등등의 갖은 이유..

[일상잡多] 2023.03.28

벤자민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우린 가끔 지난 시간을 아쉬워할 즈음이면, 잠시라도 시간이 멈추거나 거꾸로 흘러가길 바랄 때가 있습니다. 흔히들, 지금보다 조금만 더 어렸더라면, 그때 조금만 더 젊었더라면. 이런 생각들을 해 보곤 합니다. 꿈에서 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만일 가능하다면? 그런 발칙한 상상을 실현해 준 영화가 입니다. 이 영화는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 '벤저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처음 영화를 보았을 때 신선함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무슈 가토 (일라이어스 코티스)는 군대에서 전사한 아들을 기억하며 거꾸로 가는 시계를 만듭니다. 이 시계는 전쟁으로 인해 희생된 우리의 자식들이 시간을 거슬러 다시 돌아와서 농사도 하고.. 일도..

[영화 또보기] 2023.03.24

[짧은 생각]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지금은 주 5일제가 보편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우린 주말도 없이 밤낮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일부 업종에서는 아직도 긴 근무 시간으로 휴식 시간이 사람이 아닌 회사의 스케줄에 따라 주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2003년 주 5일제 근무가 시행될 때 한국 사회 현실에서는 파격적이었습니다. 당시 주 6일 기본 근무 외 야간과 철야까지 당연시해야 했던 현실을 감안하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습니다. 마치 근무 시간이 감축되면 기업은 망할 것처럼 생산 경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공직 사회와 대기업부터 서서히 시행이 되어왔습니다. 사실 지금도 모든 업종이 5일제를 잘 시행하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주 5일제의 정착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은 사실..

[일상잡多] 2023.03.21

허니문은 아버지와 함께 LIKE FATHER

결혼식 당일 자신의 결혼식이 시작돼도 입장하지 못하고 긴 통화를 하는 예비 신부 레이철(크리스틴 벨), 웨딩드레스를 입고도 회사의 일 때문에 식장 입장도 늦습니다. 겨우 식장으로 들어가지만 부케 속에 숨겨둔 핸드폰을 떨어뜨립니다. 결혼 서약을 해야 하는 하객들 앞에서 레이철의 행동을 본 예비 신랑은 레이철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며 결혼을 취소하고 결혼식장을 떠납니다. 그래도 술친구가 필요할 것 같았어 결혼식이 취소된 레이철은 잠시 당황하지만 다음날 평소처럼 회사에 출근을 하고 바쁜 하루를 보냅니다. 26년 만에 딸의 결혼식을 보기 위해 온 아버지(켈시 그래머)는 결혼식이 취소되자 상심한 레이철을 걱정하며 찾아갑니다. 오랜 세월을 잊고 살았던 두 사람, 어색한 아버지와 딸은 얼떨결에 밤새도록 함께 술을 ..

[영화 또보기] 2023.03.17

[짧은 생각] 흥 떨어지는 스포츠 경기를 보는 지루함에 관하여

요즘 여러 종목의 스포츠 경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그동안 하지 못했던 경기들이 관중을 앞에 두고 진행이 됩니다. 다소 우울하고 지루했던 일상에 활기가 생기기도 합니다. 스포츠는 내가 직접 하지 못해도 바라볼 때의 그 짜릿함이 있고 응원한 선수나 팀이 있다면 더더욱 집중하는 계기가 됩니다. WBC, 쇼트트랙세계선수권대회, U20 아시안 컵까지 한꺼번에 많은 경기가 진행 중입니다. 모든 선수가 최선을 다하고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기회를 놓친 누군가에겐 최선을 다하고 싶었던 자리 오랜만의 WBC, 한국이 이기면 더더욱 좋겠지만 초반부터 실망스러운 모습들이 반복되고 결국 지는 경기를 계속 보게 됩니다. 경기 결과도 유쾌하지 않지만 바라보는 입장에서는 선수들의 경기를 대하는 태도가 의아스러..

[일상잡多] 2023.03.14

더블 크라임

시애틀 근처의 아름다운 집에서 잘생기고 부유한 남편, 사랑스러운 아들과 함께 남 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는 리비 파슨스(애슐리 쥬드)는 언젠가 보트를 타고 바다를 항해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의 배려로 꿈꾸던 보트를 타고 항해를 시작하지만 오래지 않아 항해 도중 남편이 실종됩니다. 그녀와 단둘이 항해 중 사라진 남편, 그녀는 남편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구속되고 아름답기만 하던 인생이 악몽으로 변해갑니다. 유죄 선고를 받고 수감생활을 하게 된 리비는 제일 친한 친구인 앤젤라(아나베스 기쉬)에게 5살 난 그녀의 아들 매티의 입양을 부탁합니다. 앤젤라는 리비의 뜻을 받아들입니다. 한 사람이 같은 범죄로 두 번 처벌받지 않는 거지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앤젤라는 매티와 함께 사라지고, 리비는 ..

[영화 또보기] 2023.03.10

[짧은 생각] 선물

가끔 말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몇몇 단어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선물'입니다. ‘선물’ 무척 설레고 기분 좋은 말입니다. 누군가로부터 받은 선물, 누군가를 위해 준비한 선물 모두 어떤 기대와 관계의 끈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보통 선물은 누군가의 기념일을 위해 혹은 문득 떠오르는 그 누군가를 생각하며 선물을 하기도 합니다. 선물이란 말은 그 자체가 그 어떤 모양을 하더라도 항상 설렘과 기쁨을 주는 것 같습니다. 선물엔 그래도 낭만이 조금 남아 있었으면 좋겠어 최근에 언제 선물을 했었던가 생각해 봅니다. 가족의 생일을 기념하거나 그 외의 공식적인 기념일에만 주로 선물을 했던 듯합니다. 생각보다 삭막하고 여유가 없었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꼭 물건이 아니어도 말 한마디 선물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겨..

[일상잡多] 2023.03.07

허트 로커 The Hurt Locker

전투의 격렬함은 마약과도 같아서, 자주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중독된다(The rush of battle is a potent and often lethal addiction, for war is a drug). 영화는 강렬한 문구와 함께 시작합니다. 전쟁과 중독. 두 가지 모두 치명적이고 위험합니다. 이라크전에서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폭발물 제거반 EOD팀의 활동과 이야기를 다룬 영화로 다른 전쟁 영화와는 좀 다른 의미에 집중해서 봅니다. 그동안 전쟁 영화를 보며 막연히 느끼던 불편함이 이 영화 한 편으로 ‘중독성‘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라크전의 작전 도중 폭발 사고로 분대장을 잃은 팀에 새로운 분대장 제임스(제레미 레너)가 오지만 전쟁 중이라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더해 그의 돌출 행동이 불안감을 더..

[영화 또보기] 202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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