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영화 또보기] 135

복수를 피할 수 없었던, 슬리퍼스 Sleepers 1996

뉴욕의 뒷골목, 헬스 키친(Hell's Kitchen). 미국 사회에서 한쪽에 비켜서 있는 아일랜드계, 남미계, 아시안 등 소수의 소외된 민족들이 살고 있는 곳에 4명의 자유분방한 아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부모들에게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성당에서 바비 신부(로버트 드니로)를 돕는 복사로, 거리에서는 갱단 두목이며 레스토랑 주인인 킹 베니(비토리오 개스먼)를 따르는 꼬마 갱스터로 나름의 즐거운 소년 시절을 보냅니다. 헬스 키친은 좀 독특한 면이 있습니다. 일례로 다른 지역 마약상이 헤로인을 들여와서 헬스 키친의 12살짜리 소년이 죽은 사건으로 그 마약상을 끝장내 버리는 사건에서 보듯, 비록 헬스 키친은 갱단이 판을 치고 부패가 지배하는 곳이지만 만연한 부패 속에서도 그들 나름의 순수함..

[영화 또보기] 2022.10.29

인생 2막의 우정

아침마다 매일 숨 쉬듯 출근하던 길이 달라져서, 가던 길 위에서 길을 잃고 어쩔 줄 몰라하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면? 상상이 가시나요? 의 찰리 번스(빌리 크리스털)가 그렇습니다. 코미디 작가로 황성하게 활동하던 찰리, 이젠 나이를 먹고 일선에서 조금 거리를 둔 시점이지만 치매 진단을 받고 기억을 위해 메모를 하고 자신만의 일상적인 루틴을 지키며 생활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 외부의 요인으로 루틴이 깨져 두려워지는 순간 앞에 놓입니다. 처음엔 뭔지도 몰랐어요 '그냥 기억이 깜빡 깜박했죠.' 그렇게 시작이 되었습니다. 나이를 먹고 당연히 기억이 깜빡깜빡한 상황이 반복되고 늙었음을 실감하며 쉽게 넘어갔었지만 아들과 함께 대화를 하면서도 앞에 있는 남자가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당황스러운 순간이 옵니..

[영화 또보기] 2022.10.22

흑백 영상이 주는 색깔 있는 추억, 벨파스트 Belfast 2022

는 밸파스트 출신 브래너 감독의 유년을 바탕으로 한 반자전적인 영화입니다. 1960년대 북아일랜드, 밸파스트를 배경으로 벌어진 종교 분쟁과 갈등을 어린 주인공 버디(주드 힐)의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나날이 불안과 공포가 커져가는 즈음 가족과 짝사랑하는 캐서린, 그리고 어쩌면 벨파스트의 골목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 9살 버디 인생에 위기가 시작됩니다. 저 오늘 하느님을 너무 많이 찾았어요. 맑은 날이면 골목에 나와 음악과 함께 춤을 추고 해질 녘이면 큰 소리로 아이들을 불러 저녁을 먹는 풍경, 흡사 우리가 살아온 골목 풍경과 많이 닮아 있습니다. 모두가 서로의 가족을 알고 함께 돌보며 아끼던 풍경이 흑백의 영상에 따듯하게 담겨 있습니다. '온 마을이 한 아이를 키운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1969년..

[영화 또보기] 2022.10.07

똑같이 아프지만 그래도, 릴리와 찌르레기 2021

는 아기를 잃은 부부가 슬픔과 상실감 속에서 고통을 견뎌내고 이겨내는 과정을 그린 영화입니다. 평온한 가정에 찾아온 사랑하는 딸의 죽음, 부부는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에 빠지지만 각자의 슬픔을 견뎌내는 방식은 서로 다릅니다. 초등학교 미술교사인 잭 메이너드(크리스 오타우드)는 슬픔과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정신병원에 입원하지만 생각처럼 치유가 되지 못한 채 계속 깊은 슬픔에 잠겨있습니다. 병원을 나와 학교(직장)로 돌아가서 매일 아이들과 지낼 자신이 없습니다. 릴리가 방문 때마다 주고 가는 봉투 - 포장 지안에 스노볼? - 는 계속 쌓여가지만 잭은 차마 봉투를 열어보지 못합니다. 시간을 견뎌보는 중이지만 잭은 자신의 슬픔이 너무나도 커서 옆에 있는 아내 릴리 메이너드(멀리사 매카시)의 아픔을 미..

[영화 또보기] 2022.09.30

아프리카에 스며드는 모차르트, 아웃 오브 아프리카 Out Of Africa 1986

한 여인의 내레이션으로 광활한 아프리카 풍경에 잔잔히 울려 퍼지는 모차르트 클라리넷으로 시작하는 영화, 는 고요하고 웅장한 자연의 모습으로 시작이 됩니다. 아이삭 디네센의 동명의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광활한 아프리카 케냐를 배경으로 카렌(메릴 스트립)과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들의 파란만장한 삶과 사랑, 원주민들과의 생활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랑하진 않지만 남편과의 정략적인 결혼을 통해 '남작부인'이라는 위치와 마음에 안정을 찾고 싶었던 카렌은 결혼식을 위해 아프리카로 가던 중 우연히 아프리카 지역을 자유롭게 사냥하며 오가는 데니스를 만납니다. 아프리카에 도착한 카렌은 자신의 재력을 바탕으로 커피 농장을 운영하지만 시작부터 만만치가 않습니다. 남편은 농장 운영에 관심이 없고 사냥을 핑계로 밖..

[영화 또보기] 2022.09.23

마지막 한 호흡, 어 마우스풀 오브 에어 A Mouthful of Air 2021

영화를 보는 내내 결말에 대한 걱정이 앞섰던 영화, 마음 졸이면서 끝까지 보아야 했던 영화, 입니다.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연기가 좋았던 것일 수도, 아니면 그 마음 상태의 위험을 알 수 있기에 더 큰 걱정이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널뛰기하듯 위험한 감정의 변화가 너무나 사실적으로 그려져서 고스란히 감수하면서 끝까지 봐야 하는 영화였고, 섬세한 슬픔이 잘 드러난 영화입니다. 부유한 거주지에서 가정적인 남편 이선(핀 위트 록)과 함께 사랑스러운 아이를 키우며 겉으로는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줄리아 데이비스(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베스트셀러 아동 도서 작가입니다. 일상은 평범해 보이지만, 아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다가도 문득문득 자신의 존재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고 아이에 대한 염려와 걱정으로 일상이 불안하기만..

[영화 또보기] 2022.09.16

맛있고 예쁜 그림 딜리셔스: 프렌치 레스토랑의 시작 2022

오랜만에 서정적인 프랑스 영화를 보았습니다. 배경은 18세기 프랑스, 백성들은 음식이 없어 먹을 수 없던 시절이었지만 귀족들은 고급스러운 요리로 지루함을 달래고 자신들의 위엄을 자랑하던 시기였습니다. 요리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요리사 망스롱(그레고리 가데부아)은 새로운 디저트를 선보이지만 혹평이 쏟아지자 샹포르(벤자민 라베른헤) 공작에게 해고됩니다. 귀족에게 음식이란, 일반 백성들에겐 한낱 생존을 위한 수단일 뿐이며 자신들에겐 따분한 시간을 달래고 자신의 위엄을 높이기 위해 요리 경연과 품평을 늘어놓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누구나 생존 외 음식의 맛을 향유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귀족들에 의해 정해진 메뉴만 내어야 하는 것이 못마땅하던 망스롱의 시도는 보란 듯 해고의 구실이 되었습니..

[영화 또보기] 2022.09.09

딱 30일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2014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회복 불가능한 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선고를 받는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 수 있을까? 앞으로 단 30일 간만 살 수 있다면, 또 그때는 무엇을 할 것인가? 실제 현실로도 누군가에게 간혹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다만, 직접적으로 내 경우가 아닐 뿐이지만, 이렇게 갑작스러운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면 나머지 삶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순응하기도, 분노하기도, 슬픔에 빠지기도, 반항하기도,... 여러 가지 모습일 겁니다. 나름의 생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산 사람이던 그렇지 못한 사람이던 현실로 맞닥뜨려지는 그 심정은 모두 같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한부 선고가 곧 삶을 사라지게 하진 않습니다. 가끔은 살려고 애쓰다가 정작 삶을 누릴 시간이 없는 거 같아 술, 마약, 여자..

[영화 또보기] 2022.09.02

슈필만의 홀로코스트 생존 실화, The Pianist, Le Pianiste, 2002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는 브와디스와프 슈필만(Władysław Szpilman)의 자서전 《도시의 죽음(Śmierć Miasta)》을 영화한 작품입니다. 슈필만은 1935년 당시 국영 폴란드 라디오 방송국의 피아노 연주자로 활동 중이었고 그날도 쇼팽의 야상곡을 연주하던 중 독일군의 폭격을 맞습니다. 영화는 독일, 영국, 프랑스, 폴란드 등 여러 나라에서 합작으로 만들었습니다. 각국의 배역에 맞는 언어를 사용하는 배우가 연기해 실제 당시 상황에 대한 몰입도가 좋았던 영화이고, 한국에서는 2015년 재개봉되었습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슈필만(애드리언 브로디)은 독일군의 폭격 후 가족과 함께 게토라는 특정구역의 수용소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그곳에서 결국 기차를 탄 가족을 잃고 당시 피아니스트로 유명세가 있던..

[영화 또보기] 2022.08.26

자신의 별을 따라 간 비투스 Vitus 2006

우연히 보게 된 스위스 영화, 좀 생소하긴 하지만 스위스의 자연과 풍광을 보며 그들의 영화가 궁금했습니다. 음악과 학문 모든 분야에 재능을 보이는 어린 천재의 성장을 그린 내용이라 어느 정도 예측이 되는 영화였습니다. 사람 사는 건 어디나 똑같아서 재능 있는 자녀를 둔 부모의 욕심과 아이의 괴로움을 그대로 드러냅니다. 온갖 힘든 과정을 이기고 음악가가 된 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조금 다른 각도에서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해가는 어린 주인공의 당돌함과 고민이 더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으면 좋아하는 것을 버려야 해 아버지(우르스 유커)와 할아버지(브루노 강쯔)가 일상생활 속에서 발명을 하거나 뭔가 자신의 상상 속 물건들을 만들기 위한 노력들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더 나은..

[영화 또보기] 2022.08.19
반응형